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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Feb 23. 2024

이토록 평범한 행복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영화 '어바웃 타임']

1.

진리를 잊는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제한된 시간과 우리들. 지나가는 모든 것들. 무엇이 중요하고 우리는 어디에 힘써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또 크게 염려하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꾸만 잊어버린다.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이미 오래전 답을 찾았다. 그런데도 정작 그를 실행으로 옮길 때면 어려움을 겪는다.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꿈꾸던 행복은, 유토피아는 이 정도로 시시하지 않을 거야. 이런 모습은 아닐 거야 하며.


'일상'이란 말은 어쩌면 대단히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단어일지 모른다. 우리가 '일상'이란 말을 사용할 때 그것은 마치 공짜처럼 여겨지고, 그리고 늘 약속된 무엇처럼 언제든 제공되는 반복성을 가진 무엇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준점, 디폴트 값처럼 쓰인다. 그리고는 일상이 어떤 의미를 지닐 때 한정적으로 '특별한 일상'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일상은 특별하지 않음을 내포하듯.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갖기 어려운 무엇인지를.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갖기 위해 우리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고 노력을 했는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것을 택했으며, 보다 강해지고 나은 무엇이 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게 얻은 일상이다. 그렇게 얻은 보통의 하루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렇게 어렵게 얻은 그 순간들을 만끽해야 할 타이밍에서 조차 무심히 흘려보낸다. 어차피 또다시 반복될 일상이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내 감정이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은 적당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의 한 번뿐인, 마지막 순간들은 소비되고 흘러 지나가버린다.



2.

책에서 말하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곧 우리가 마음속에 품어왔던 그 이상, 행복의 다른 말일 것이다. 특별히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생각한 그런 평범한 하루일 것이다. 그리고 불투명할 것만 같은 미래가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데 시간을 쏟기보다는, 그러한 보장된 안락 안에서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 고민하는 편이 낫다. 죽을까 봐 걱정하지 말고, 죽었다고 생각하고 이 선물 같은 시간들을 즐길 것.  


우리는 습관처럼 행복의 부재를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 때문으로 치부한다. 충분히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인생이 너무 짧고 할 건 많아서. 그러나 그러한 한계들이 해소되더라도,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행복의 길은 요원할 것이다. 그저 오래 사는 능력 뛰어난 불만쟁이. 결국에 우리가 다다를 결론은, 있을 때 잘하고 할 수 있을 때 할 것, 이토록 소중한 평범한 지금을 위해. 우리가 시간을 몇 번이고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한 번뿐인 마지막 순간임을 잊지 말 것. '어바웃 타임'에서 시간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가 일상을 보내는 방식은 이 진리에 충실하다. 책이든 운동이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것.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상냥할 것.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것. 일상에 매몰되지 말고 한 발 물러날 것. 삶에 감사하며, 지나가는 이 시간과 붙잡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붙잡으려 발버둥 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즐길 것. 계속해서 끊임없이 행복을 느낄 것. 어차피 끝엔 우리 모두 다 비슷하니까.



그런 면에서 한번 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진짜 인생의 끝이라 할만한 어떤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이후의 삶은 결코 그 전과 같지 않을 것이므로. 위험천만한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거나,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렸지만 다행히 차도가 좋아 기력을 많이 회복했다든가, 모든 게 끝난 것만 같은 범죄의 피해를 당한 뒤 기적적으로 피해 구제가 되었다든지. 분명 그 경험들 이후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일상을 더 이상 일상적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 대한 절박함이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 이상 즐겁지 않을 것이다.



3.

행복 불변의 법칙 두 가지. 하나,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대할 것. 둘, 첫 번째 법칙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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