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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Jun 11. 2019

가녀린 의지가 계속되던 나날

1.

하루하루 의지가 옅어져 간다.

성공에 대한 의지도

배움에 대한 의지도

창작에 대한 의지도

사람에 대한 의지도

시작의 새로움이나 독창성에 대한 의지도



하물며

사고 싶던 먹고 싶던 무언가를 향한 그 구체적인 의지마저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옅어진다

이 느낌이 때로는 익숙해, 낯설다


나뿐만이 아니다

주변 모두가 의지박약이 되어 버렸다

이젠 아무도 예전처럼 달리지 않는다.

마치 달렸던 그 날들의 마음가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제는 그 누구도 달리지 않는다.


나도 달리지 않고

너도 달리지 않고

우리 모두 달리기를 멈추었다.


멈추어 서서는

이젠 주위를 둘러볼 때가 되었다며 그럴듯한 말들로 정당화해보지만

이젠 정말 달리는 친구가 없다.



2.

술을 마셔도

된다는 의미는

달리지 않고

누려도 된다는 의미다.


이제 나는 술맛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잠시 쉬어서

물을 마시고

한숨을 돌리는 일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주변이 이렇게 아름다운 지도 잘 모르고 지나쳤다.


이런 술이 있는지도 몰랐고

쉬어도 되는지 몰랐다

그저 달리기만 했다

나에게도 이제는 쉬는 시간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이 얼마든

그동안의 내 의지들이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에 대한 보상이 우선이었다.


보상은 달콤했고

나로 하여금

더 이상 급한 마음에 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채찍과 당근 중 어느 하나만 지속되는 경우

그것이 낳는 불가피한 비극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의 채찍들에 대한 밸런스를 생각하면 편한 마음이 들었다.



3.

당근을 허겁지겁 입에 욱여넣고 있을 무렵,

이 사이에 낀 당근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우걱우걱-

그 버거움의 사치가 곧 행복의 징표라고 여길 때 즈음에

학습된 따가움이 나를 향해 눈길을 주고 있는 거다.




너 괜찮아.?





그렇게 가녀린 의지가 계속되던 나날들

나는 어떤 낌새를 알아차린 다람쥐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내어준 공간

그 틈새로 찾아든 햇볕의 은근한 온기처럼

나는 잠깐 질경이던 턱을 멈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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