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해서 좋았다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꽃다운 나이에
집콕 라이프를 해온지도 어느덧 길게 잡아 1년 하고도 반이 넘었다
특별히 자가격리나 아팠던 적은 없으나
보이지 않는 규제와 정책 아래에서
보이는 일상을 절제해야 했다
심리적 고갈이 누적된지도 오래다
가급적 사적인 만남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된 직장마저
적극적인 재택근무를 시행함으로써
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통제받아야 했다
평상시 대비 많게는 10-20% 수준이다
2.
나는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낯선 것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계속된 재택근무로 가급적 집에서 모든 활동을 하면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왠지 카페에서 좋은 원두로 방금 막 내린
그것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핑계를 내세워
카페에 들렀다
주문을 한 뒤 계산대에서 몇 걸음 떨어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커피가 나오길 기다렸다
주위에는 마스크를 쓰고 카페에 자리를 편 사람이 두어 명 있었고
내 뒤를 이어 커피를 주문하러 온 남자 하나가 있었다
새삼 생경한 풍경이었다
20살 처음 사회에 나와서
그동안 익숙했던 가족과 친구들 외에
새로운 누군가를 무차별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만나게 된 그 날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무엇을 하러 왔고
누구의 친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일까
나는 늘 이런 상황에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