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하고 있어

by DY

그날 이후 무기력, 무의지, 무 존재적인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살아낸다는 건 겨우 버티고 있다는 의미이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다. 출퇴근 9호선 지하철 속에서 잠깐이나마 책을 읽고, 물통에 약간의 소금과 부스터 가루를 넣어 마신 후 헬스장으로 향한다. 최소 주 5회 이상은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꾸준, 성실 도장을 찍어줄 수 있다.



무너져가고 있고, 스스로 일어서서 나아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마음에 난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조금씩 새살이 돋아나고 있고, 무기력하다고 하지만 매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몰랐던 나를 마주한다. '너' 의외로 회복력이 빠르구나.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다고 생각했다. 전혀 모르지 않았지만, 상담 선생님께서 해주신 '성실'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허리를 곧게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꾸준함과 성실함만은 지지 않을 자신 있지. 수치화할 수 없지만, 무슨 일을 하든 필수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부정으로 점철된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어제와 다른 일상을 즐기고 있다. 이겨내고 버티는 게 아니라, 오늘을 잘 사용하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빨간 도시락 가방과 받아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