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하지만, 영원할, 유일한 사랑.

by daeyoung

KTX와 대한항공 앱을 열어 설 연휴 고향으로 향할 티켓을 예약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연휴라 한참이나 늦은 타이밍이다. 아쉬운 시간대이지만 일단 결제까지 완료했고, 취소표를 계속 노리기로 한다.


이번 설 연휴 KTX 예매는 시스템의 변경 때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150만 명 뒤에서 대기했다. 숫자를 보고 기겁하면서 앱을 나왔다. 취소표를 노리던지, 이번 연휴는 패스하기로 한다. 어짜피 3월 첫 주 아버지 생신 때 내려가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을 보고서.


퇴근 후 도착한 집 앞에 큰 스티로폼 박스가 놓여있었다. 냉동 스티커가 붙여져 있고, 운송장에는 고향집 주소가 세겨져 있다. 집 안에 들여놓기 위에 옮기는데, 무게가 ‘얼씨구?’ 박스에 빈틈없이 꽉꽉 채워넣으셨다. 열어보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갓 담근 엄마 김치와 수육, 얼린 추어탕이 2, 3분 양으로 소분되어 있었다. 큰 솥에 추어탕을 끓이고, 김치를 담그고, 고기를 삶는 모습의 엄마, 이 무거운 걸 들고(카트로 실어 나르셨겠지만) 우체국에 가서 택배를 맡긴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쳐다보았다. 바로 정리하기는 아쉬워, 조명을 세팅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인스타에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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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하지만, 영원할, 유일한 사랑.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단지, 자식일 뿐인데





일단 전부 냉장고에 넣어두고, 엄마에게 잘 받았다는 전화를 했다. 아직 부산행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에, 조금은 서운한 기색이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이번 설은 서울에서 보내기로 한 결심을 접고, 바로 부산행 티켓을 예약했다. 명절임에도 혼자 있고 싶어 했던 나를 원망했다. 동생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금정산을 오르자고 카톡을 보냈다. 오랜만에 다 함께 등산이 하고 싶었다. 그리고 찍고 싶은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6살 때 가족들이 금정산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고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가끔 들여다볼 정도로 인상적인 한 장이다. 그중에 동생과 나 그리고 아버지를 담은 사진이 있다. 엄마가 찍어주신 사진인데, 젊은 아버지와 웃고 있는 형제의 모습이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아버지는 이미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지금 같은 곳에서 다시 찍고 싶다.


인스타에 사진 올리면서 배경음악으로는 이승환의 가족을 선택했다. 타인의 감정보다 나를 위한 선곡과 업로드였다. 이렇게라도 표현해야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한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동을 하면서도 계속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두 형제이지만 부모님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이 나이기 때문이다.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이승환 노래의 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혼자라도 잘 산다고 볼 수 도 없어서 고향에 가기 싫은 것도 있다. 불편하다. 이런 나를 부모님께 내 보인다는 것이.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산행을 결정했다.



https://youtu.be/b_FdpZJzyFU?si=K8qPBo85y17je-HH&t=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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