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는 가족과의 만남과 문화생활이 함께한 일정이었다. 무려 150만 명의 대기를 기록한 이번 설 연휴 KTX 예매를 패배한 탓에 어쩔 수 없이 금요일 휴가를 내고 부산으로 향했다. 첫 일정은 대청동(외지인 기준 대충 남포동)의 작은 갤러리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존재자체도 모를 오래된 2층 상가에 엄청난 사진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계, 특히 스트릿포토그래퍼 시장에서 이 분의 영향력은 자국을 넘어 전 세계로 끼치는 분이다. '모리야마 다이도'
작은 공간에 약 20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라이선스를 받고 갤러리에서 프린팅 한 작품이 아닌, 오리지널 프린팅 사진이었다. 몇몇 작품은 프린팅 한 시기가 3, 40년이 된 귀한 작품도 있었다. 대부분 흑백에 과감한 작품 속에서 내가 가져야 할 사진에 대한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용기 내어 조금 더 다가가기, 예술로서 피사체를 대하기 등이다. 전시 관람을 계획하면서부터 구하기 힘든 사진책 구매 목적도 있었기에 현재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책 몇 권을 샀다. 총액 80만 원에 어마어마한 무게다. 비어있는 상태로 가지고 온 캐리어가 첫날에 가득 찰 정도다. 그만큼 그의 사진을 좋아하고, 작가를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
이렇게 작은 갤러리에서 다이도의 오리지널 프린팅과 희귀한 사진책을 구할 수 있었던 건 100% 대표님의 역량이다. 사진책을 구입하고 난 후 커피 한잔 하시라며 건네어 준 한 잔의 컵으로 기나긴 갤러리에서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대표님은 사진에 관심을 가지신 후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신 후 들이댐을 일상화하여 많은 작가를 알게 되고 친분을 쌓으셨다고 했다. 덕분에 큰 갤러리에서도 모시기 힘든 일본 작가의 전시를 자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모리야마 다이도의 전시는 한국에서 단 2번 진행했는데, 모두 이 갤러리였다.
배움을 위한 그의 자세, 사진을 대하는 진지함은 비록 취미이지만 나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열정이었다. 대화에서 느껴지는 내공은 배움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되어, 전혀 모르는 분들과의 대화가 6시간 동안 이어졌다. 저녁으로 근처 유명한 중국집에서 시킨 짜장면과 탕수육, 그 유명한 이재모 피자까지 풀코스로 갤러리에서의 하루가 이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가 이곳에서는 익숙한 풍경 같았다. 전시를 보러 오시는 지인 분들도 하나같이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오신 분들이셨다. 그들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알게 되어 오랫동안 연을 이어오고 계셨다.
단순한 노가리 까기가 아닌 각자의 사진에 대한 철학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시간은 너무 즐겁다. 사람들과 오랫동안 대화하는 것이 힘든 내가 무려 6시간이나 함께했다는 것이 증거다. 친한 사람들과의 모임이라도 즐거움과 대비해 피곤함이 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일이 아닌 좋아하는 일, 그저 취미일 수 있다. 진지하게 정말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
너무 맛있는 짜장면과 피하는 덤. 다음 전시도 유명한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오프닝 파티 때에는 작가님이 직접 오신다고 하니, 비어있는 캘린더에 부산행을 입력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