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크리스마스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한가득 안겨주는 영화
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난 크리스마스가 감정의 돋보기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만 한 때 겨울을 좋아해 왔던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그 이유 중 하나엔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한 겨울 추위에 몸이 절로 웅크려져도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캐롤에 괜히 기분이 들뜨고, 트리처럼 커다랗고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간 불투명하게 느껴졌던 모든 게 선명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렇다고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선물이 오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 왜 엄마한테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않느냐는 물음에 엄마도 받았다며 보여준 검은 비닐봉투 속 '노오란 전화번호부 책 한 권', (한참 뒤에 눈치챈) 유독 엄마의 글씨체와 닮았던 산타 할아버지의 카드 메시지가 있을 뿐이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이렇게 오래도록 마음속 한 장면으로 남아있는 건 그날이 크리스마스여서일까.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웰링턴온씨라는 마을에 역대급 눈보라가 몰아쳤다. 산타클로스는 이런 날씨에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과정에서 약간의 해프닝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산타가 아니라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여러 아이들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가족과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말 못 할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전학생 대니. 평소에는 차갑고 무섭지만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대니를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트래퍼 선생님. 일란성쌍둥이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소녀, 샘과 찰리.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마을을 떠난 부모들이 기상 악화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졸지에 난생처음 어른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버나뎃과 아이들. 과연 이 아이들은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이기는 해도 크리스마스 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러브 액츄얼리>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을 저마다의 감정으로 녹여내어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빈틈없이 즐겁고 다채로운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몽글몽글한 캐릭터와 크리스마스를 앞둔 마을 분위기도 소박하지만 참 예쁘다. 마냥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의 에너지만큼이나 역동적인 장면들도 많다. 눈발을 헤치며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의 험난한 상황부터 마지막에는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모든 인물들이 하나의 소동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여 역경을 헤쳐 나간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은 <노팅힐>과 <어바웃타임>의 각본가이자 연출가인 리처드 커티스가 집필한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여느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뻔하기는 해도 나쁘진 않은'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관통하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 '난 크리스마스가 감정의 돋보기 같다고 생각해요'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주제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크리스마스 날 아침의 기쁜 상황보다는 '그 전과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더 신경 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대니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고, 쌍둥이 소녀에게는 착한 아이로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카메오 마냥 잠깐 등장하는 산타는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하나씩 주고 떠나버린다. 아무리 산타라고 해도 멀리 있는 아버지를 대니 앞에 데려오지 못하고, '착한 아이'에 대한 정의를 말끔하게 내려주지도 않는다. 이제 모든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크리스마스는 감정의 돋보기다. 특별한 날인 만큼 기쁜 감정은 증폭되고 슬픈 감정은 한없이 낮아진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감정도 이 날 만큼은 외면해 왔던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고 내 마음이 비로소 선명해지는 만큼 타인의 감정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은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삶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간간이 등장하는 OST 트랙들도 기억에 남는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배경음악인 'Wellington-By-The-Sea'는 듣고 있으면 괜히 설레이면서도 뭉클해지는 듯하다. 에드 시런의 'Under the Tree'와 콜드플레이의 'Christmas Lights' 역시 적절한 순간에 들려오는데 이야기의 감동이 배가 되는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이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게 될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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