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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영화

<아마추어>

잃어버린 마음의 퍼즐 한 조각을 채우기 위해 세상을 뒤집은 남자의 복수극

by FREESIA

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 특기가 뭔지 알기는 해?
common (6).jpg 영화 <아마추어>

영화 <아마추어>는 로버트 리텔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으로 살해당한 아내의 죽음을 파헤치는 CIA 소속 암호 분석가 '찰리 헬러'의 복수극을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철통보안 속 CIA의 검문을 통과해 깊은 지하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하는 찰리 헬러의 모습은 소위 말하는 '너드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늘상 단추가 목 끝까지(심지어는 카라깃마저) 채워져 있는 셔츠를 즐겨 입는 찰리는 퍼즐을 좋아하며 그의 대인관계는 직업적 성격상 선을 분명히 지켜야 하는 편이었지만 호감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한껏 기대에 찬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찰리는 그가 던지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농담처럼 재미없는 사람일지는 몰라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려줄 수 있는 남자다.

common.jpg 영화 <아마추어>

한편, 런던으로 출장을 떠났던 아내 '사라'가 테러 집단의 인질극으로 희생되어 사망하자 찰리는 슬픔을 딛고 사건 규명을 위해 그의 능력을 발휘해 정보를 모으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CIA는 소극적인 반응이다. 이에 찰리는 그와 어울리던 지하에서 벗어나 직접 테러범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행동하지 않는 CIA 본부장에게 그의 약점이 담긴 문서로 협박하며 현장 요원으로 훈련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 찰리는 그 세계에서 이름난 요원 '헨더슨'에게 속성으로 사격, 폭탄 제조, 각종 멘탈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일찌감치 CIA의 눈 밖에 난 그는 결국엔 도망치듯 혼자서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탄불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목표 대상을 추적하게 된다. '아마추어'인 그는 과연 자기 인생이 달린 임무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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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추어>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을 향해 무작정 나아가는 찰리는 어떻게든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 행동하는 본부장의 태도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찰리의 복수극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표면적으로는 아내를 죽인 테러범들을 제 손으로 처단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드러난 진실을 묻으려는 내부자들을 향한 저항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구도 속에서 찰리가 CIA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테러범의 우두머리에게 점차 접근할수록 그의 복수는 한결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의 진격은 어딘가 삐그덕 거리는 구석이 있다. 그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천재는 아니어서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처럼 독보적인 만능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처럼 놀라운 순발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하고 멋있게 폭탄을 터트린 후에도 폭음에 제 자신이 놀라 움츠러든다거나 자신의 손에서 비롯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아마추어'의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내를 위한 복수를 위해서 그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아마추어>에서는 여느 첩보 액션 영화에서처럼 시원시원한 총격 액션씬이나 육탄전을 벌이며 멋있게 몸싸움을 하는 모습보다는 주인공이 이리저리 도망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지만 대신에 그가 어떻게 지능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 자신의 약점을 숨긴 채 상대방으로부터 우위를 점할지를 설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타겟의 행선지를 미리 조사하여 상대의 지병을 이용하거나 그가 머무르는 공간에 미리 기술적인 장치를 설치해 위협한다. 필요하다면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자신의 조력자 '인퀼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암호 해독가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해킹으로 자신을 좇는 이들에게 혼선을 주면서 여느 요원들만큼 만만치 않은 찰리 헬러만의 서사를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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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추어>

그의 액션이 더욱 처절한 것은 총 한 발에도 거침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총 한 발이 가지고 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사람이 보여주는 복수라는 것에서 비롯한다. 너덜거릴 정도로 유약하고 매번 죽은 아내의 환상에 기대어 위안 삼을 만큼 불안한 사람이라서 그는 자신의 두려움을 끝까지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상대를 압도할 정보를 찾아내고, 생각하고, 설계한 뒤에 자신을 싸움판으로 내던진다.


영화는 더 나아가 찰리가 헨더슨이나 곰, 인퀼린과 같은 주변 인물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테러집단의 우두머리 격인 쉴러를 만나면서 자신의 복수의 끝은 무엇일지, 자신의 행동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서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더 높은 대의나 사명을 위해서, 혹은 그와 엇비슷한 명분에 따라 싸우기를 망설이거나 정의를 바로 잡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사회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종종 볼 수 있기 마련인데 그런 방식이 점점 세상의 순리로 당연히 자리 잡게 되는 순간 사람으로서 본디 가지게 되는 생의 의지가 짓밟히고 무감각해져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체제의 힘과 압력으로부터 거슬러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걸어 들어가는 이의 모습은 철학적 논의를 떠나서 어마어마한 잠재력이고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마추어가 움직이는 세상은 혼란스러울지는 모르겠으나 경종을 울리기엔 충분하다. 영화 <아마추어>는 지금까지 봐왔던 첩보 액션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뻔한 스릴러 영화가 지겨웠다면, 주인공이 펼쳐내는 지능형 액션과 함께 통쾌하면서도 처절한 복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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