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하는 영화
그렇게 중요했다면 자넨 뭘 했지? 넌 뭘 했냐고. 내 주위를 맴돌면서 쓰레기통만 뒤졌지.
3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조디악을 검거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확실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감독인 데이빗 핀처의 작품인 만큼 아주 긴박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묘사하면서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이 영화 속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절대 보여주지 않고 범죄 현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목소리와 일부 실루엣만을 비춰줄 뿐이다. 마지막을 향해 다다를 때까지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증거를 찾아내고, 수사망을 좁혀나가고, 진실을 함께 마주하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약 2시간 40분 동안 주인공들은 수많은 증거들을 찾아내지만 '지문과 필적'이라는 증거에 대해 설명하지 못해 매번 검거에 실패하고 만다. 모든 정황 증거들, 심증이 그를 지목하고 있음에도 그놈의 확실한 증거 때문에 매번 진실의 순간을 바로 앞에 두고 늘 돌아서야 했던 그들. 그 몇 년의 세월은 누군가는 기자직을 관두게 하여 술에 찌들어 살게 하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때 생각했던 건 과연 삽화가 그레이스미스는 무얼하는가.
때 마침 그레이스미스가 폴 에이브리로부터 위에서 인용한 대사를 듣고 나서 각성한다. 매번 소극적이기만 하고, 힘이 있을 것 같은 자들에게 단서와 아이디어만을 던졌던 그가 적극적으로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누군가를 반드시 검거하고 말 것이라는 열망으로 비로소 '리'를 찾기까지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훌륭하게 잘 그려낸 영화다. 많은 정황 증거들이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곧바로 체포할 수 없는 상황들을 사실적으로 짚어주고 있으며, 진실과 검거는 때론 수 없이 빗나간다는 걸 보여준다.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미스가 그러했듯이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때론 아이처럼 집착하고,
갈망한다면,
그런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언젠가는 그 진실이 많은 이들에게 밝혀지리라.
평점: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