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런 영화

<라우더 댄 밤즈>

가족의 상실, 그 안에서 수 없이 흔들리는 개인을 말하는 영화

by FREESIA
모두가 나를 원하고 있지만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movie_image (2).jpg 출처: 영화 <라우더 댄 밤즈>

한 평범한 가족에게 아내의 죽음이라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폭탄(bombs)이 터지며 평화가 깨져버렸다. 그리고 영화는 그 폭탄이 지나가고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폭탄보다도 더 시끄러운(louder) 숨겨진 사실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자벨은 종군 사진기자로서 진행 중인 전쟁의 모습보다는 그 전쟁이 몰고 간 잔해, 흔적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주목하고자 노력했다. 때론, 그녀가 사진에 담고자 한 것처럼 우리의 시선이 비로소 멈춰야 할 곳은

폭탄보다도 더 응어리진,

그러면서도 충격적인

그 폭탄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있다. 이는 그녀가 모든 열정을 쏟았던 현장뿐만 아니라 한 없이 사랑했던 가족의 이야기에서도 이어지는 맥락이기도 하다.


초반 인터뷰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이자벨은 인터뷰어의 질문에 왜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하냐며 반문한다. 그만큼 자신의 일에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던 그녀가 갑자기 왜 자살을 택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자칫 지루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예상과는 달리 긴장감이 다소 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사소한 일과 감정들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 무게와 파급력은 오히려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폭탄이 지나가고 난 고요함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내적 긴장감은 여전히 팽배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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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라우더 댄 밤즈>

이자벨은 일과 가정 사이의 불안함 속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또,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 속에서 알 수 있듯 이자벨에게는 다른 남자가 있었던 것만 같다. 조나는 우연히 만난 전 여자 친구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다 아내 몰래 그녀와 잠자리를 갖게 된다. 콘라드에게는 조금은 섬뜩하기도, 괴이하기도 한 은밀한 취미들이 있다. 아버지 진은 콘라드의 담임선생님과 비밀스런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서, 그들은 각자의 비밀이 있다. 가장 가깝고 잘 아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던 사람이 내가 모르던 낯선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것만큼 무섭고 두려운 것은 없다.


특히 초반부에 아버지가 콘라드의 뒤를 밟으며 아들의 행동들을 관찰자 시점에서 보여주다가 후에 콘라드를 통해 똑같은 상황에서 그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설명해준다. 사실 진의 시점으로 바라본 콘라드의 모습은 낯설기도 하고 마냥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의 시점을 따라간 우리뿐만 아니라 진 또한 그렇게 느꼈을 테다. 하지만 후에 콘라드의 상황을 듣고 나니 그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이와 같은 부자의 상황의 전환에서 볼 수 있듯 어머니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 집을 자주 떠나던 이자벨,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슬픔에 잠긴 그 눈빛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그 맞닿지 않는 시간들을 만회하기 위해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어야 했다.


아버지는 조나에게 '너는 대학에 있어서 몰랐겠지만'이라 말하고, 조나는 되레 '내가 엄마와 더 자주 이야기했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콘라드에게 '왜 내게 말하지 않느냐'라고 말하지만 후에 콘라드도 똑같은 말을 아버지에게 건넨다.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더 나아가 문제의 당사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그들.


그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를 서로에게 요구하고, 강조하며 책임을 묻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들은 사실 모두 철저한 개인이었다. 어찌 보면 이자벨만이 유일하게 개인의 열망과 가족의 사랑을 모두 끌어안고자 노력한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movie_image (6).jpg 출처: 영화 <라우더 댄 밤즈>

사실 이자벨의 상태를 알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자벨은 남편에게 자신이 꾸었던 꿈 내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차고 안에서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던 순간, 근처 차 안에서 담배만 피우며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던 진.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고, 가까이 있는데도 멀리 있는 듯한 그 느낌. 그 꿈속의 상황이 그녀가 실제적으로 느끼는 모든 감정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콘라드는 차 뒷자리에서 잠에서 깼고, 그때 뒤에서 바라봤던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조나는 본인이 말하듯 어머니와 자주 연락했을 정도로 그녀와 이야기를 많이 했던 아들이었다. 또, 그는 대학교에 찾아온 그저 멋있고 자랑스러웠던 어머니에게서 이상하게 느껴졌던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눈치채기도 했다.


그들은 그녀의 마음을 이미 보았고, 또 알 수 있었음에도 무관심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자벨을 기억하고 가둬두려 했는지도 모른다.

낯선 어머니의 사진을 너무나 쉽게 삭제시킨 것처럼.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中
movie_image (7).jpg 출처: 영화 <라우더 댄 밤즈>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깝다는 이유로 서로를 잘 모르는 게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한다.


공항에서 신문을 보던 한 남자.

이자벨이 찍은 사진에 잠시 눈길을 주더니 이내 다른 자극적인 기사들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가족의 일을 너무나 쉽게 외면했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뻔히 보이는 것보다 쉬이 보이지 않는 것.

그곳에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있다.


평점: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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