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수 많은 겁쟁이들을 위한 영화
우리 선조들은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앉았을거야. 불빛 너머 늑대들이 울부짖으면 누군가 입을 열었을테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렇게 두려움을 몰아내지 않았을까.
작가가 한 편의 책을 세상에 보여주기 까지에는 작가를 포함한 수 많은 이들의 뼈저리는 노고가 있음을 실감하게된 영화다. 단순히 영감이 있다고 하여 좋은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토마스 울프처럼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라고 하여 완벽한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토마스는 자신의 소설에 빠져들기 위하여 냉장고 위를 받침 삼아 하루종일 글을 쓰기도 하며, 출판제작자 퍼킨스와 함께 수도 없이 글을 고쳐 나갔다. 한편으로는 더이상 글이 써지지 않아 절망감 속에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수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할 수 있게 된 데에 퍼킨스라는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는 지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도 퍼킨스의 존재를 모르지만 그는 뒤에서 작가들이 그들만의 책을 쓸 수 있도록 믿어주고, 그들만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던 사람이었음에 틀림 없다. 토마스 울프처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때에는 그 본질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고, 피츠제럴드처럼 남모를 고민에 빠져있을 때에는 그 마음을 이해해주고, 지속적인 신뢰를 주었다는 점에서 한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기 까지에는 옆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힘과 용기를 주는 퍼킨스 같은 이가 있음에 가능한 일이란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퍼킨스에게도 불안함은 있었다.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본질을 기억하게 하는 조력자이기는 하지만 끊임 없이 퇴고하는 과정이 곧 좋은 글을 만드는 일 인지, 아니면 그저 변형시키는 일에 불과한 지 회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 뒤에서 작품에 들인 공이 분명 크지만 그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 수 없이 혼란스러워 했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기 위해 퍼킨스 본인의 존재를 늘 숨겨왔다.
그는 늘 원칙을 중요시하고, 어찌보면 고지식하며 정해진 일에 몰두할 뿐 겁이 많다. 가족들에게도 감정을 체 드러내지 않고, 늘 자신의 모자를 벗지 않으며 자신을 풀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만난 토마스 울프는 자유롭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전혀 다른 듯한 둘의 만남은 그들이 한 바에 찾아가서 듣는 '재즈'와 닮았다. 서로가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고 각자가 사유하는 방식을 받아들이게 되면서도 이내 서로 달라서 이리 저리 부딪히듯이. 그리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면서도 퍼킨스는 토마스로 하여금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진심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토마스 또한 퍼킨스로 인해 이제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자 맘 먹기에 이른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그런 누군가에게 영원을 기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들의 관계가 보여주듯이 결국에는 붙잡을 수 없어 흘러가도록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토마스의 연인인 엘린 또한 겉잡을 수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토마스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퍼킨스도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봐야 했다.
나는 지금껏 등장인물에 내 자신의 투영했었어. 허나 그건 소망일 뿐 진짜 내가 아니지. 우린 소설 속 인물이 될 수 없어. 그냥 이대로 살아갈 뿐이지.
특히 토마스는 너무나도 자유롭고 열정이 넘쳐서 점점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연인과의 싸움도 한낯 멜로 드라마라고 치부해버리니 말이다. 하지만 그 착각 속에 빠지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그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가 말했듯 우린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 없으며 그냥 이대로 살아가고, 흘러갈 뿐이다. 결국엔 토마스와 퍼킨스, 엘린 그리고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많은 모든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뿐 모두 겁이 많은 존재다. 그런 우리는 소설 속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며 위로 받고, 다른 이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현실을 살아간다.
퍼킨스가 토마스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한번도 벗지 않았던 모자를 이내 내려놓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하여금 그와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비로소 수긍하게 된다.
평점: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