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기까지 수없이 희생하는 것들에 대한 영화
삶의 대부분은 미지의 영역이지.
퍼시 포셋은 다른 이들만큼이나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더 늙기 전에 훈장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이는 그에게 하나의 열등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훈장에 이토록 집착하는 데에는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과거 아버지의 행적과 관련이 있었던 듯하다. 퍼시는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순탄치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을 테고, 그리하여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는 그 무거운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아마존 탐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현실을 넘어선 그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사실 생각하고 있던 전개, 이를 테면 정글을 탐험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수난들이 점철되고 있다기보다는 모험을 떠나기 위해서 겪어야만 하는 힘겨운 과정들과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정글에서의 모습이 아닌 영국 왕립 지리학회에서 자신이 미지의 문명의 증거를 발견했고, 반드시 인류 역사의 마지막 퍼즐인 z를 찾기 위해 탐사를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퍼시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편협한 사고방식에 의존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은 도전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잔인하게 파괴하고자 한다.
그들은 야만인이라 부르지만
퍼시는 원주민이라 부른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모든 판도를 뒤집어 버릴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지를 결정짓는 건, 새로움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그 경이로움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며
또, 그것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감수해야 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가에 있다.
바로 이러한 태도가 한 사람을,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이 앞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멈춰 설지를 좌우하는 것이다.
탐험이라는 특수한 환경만큼이나 치열하게 생존을 갈구하는 모습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뒤쳐지는 동료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에서 그와 함께 할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갈등에서 시작해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인한 식량 고갈까지. 모험에 있어서는 항상 변수가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험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건 그 여정을 함께하는 믿을 만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신이 선택한 길을,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그 사람을 위해 의심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퍼시의 곁을 지켜주는 헨리의 역할에 큰 감동을 받았다. 더불어 학회에서 퍼시에게 억지 사과를 요구하던 순간에도 오히려 자신을 따라와 준 동료들에게 이런 굴욕을 보게 했음에 되레 미안하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멋있는 장면이었다.
그러한 모험에도 불구하고 퍼시가 죽음의 위기를 맞는 순간마다 떠올렸던 기억들은 모두 가족의 얼굴이었다. 그만큼 그가 이 모험을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용인해야 했던 가장 큰 희생이 가족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일 테다. 여기서 그 긴 시간 동안 아내의 이해와 노력, 인내가 없었더라면 그는 z를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시대엔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지키는 일에만 매진하고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퍼시의 스쳐 지나가는 회상이 가리키듯 그가 돌아올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버텨낸 그녀의 의지 또한 퍼시만큼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이 미래를 결정하게 만들지 마요.
퍼시 포셋의 이야기는 더 이상 세상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두지 않고, 미래에 뜻을 두고자 하는 한 사람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마음속 한 켠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열망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끊임없이 삶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갈망하고 꿈을 가지는 것.
이 보다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평점: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