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제일 잘해! 기죽지 마!
실수에 어쩔 줄 몰라하는 중학생 소년과 그 동생.
격려에 다시금 웃는 그들의 미소를 보았을 때 우리가 함께 흘린 땀은 더욱 가치 있었다.
나는 종종 '플랩'이라는 소셜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풋살을 즐긴다.
플랩은 협의된 구장에 개개인이 상황과 시간에 맞게 신청해서 랜덤 한 사람들과 2시간 동안 풋살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누가 올 지 알 수 없으며, 처음 보는 사람과 한 팀이 되어 단합하고 땀을 흘리며 운동할 수 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플랩을 애용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반도체, 제약회사, 디자인 회사 직원 등등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렇게 내가 만나온 사람들의 데이터를 파악해 봤을 때 대게 20대~30대부터 많게는 40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이었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 키가 작은 10대 중학생 소년과 그 남동생과 함께 한 것이.
중학생 소년은 느리다. 형들의 템포를 따라갈 수 없다. 최선을 다해 뛰어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다.
동생은 더더욱 그러하다. 요리조리 뛰어다니지만 형들의 공을 뺏기엔 역부족이다.
그들은 자조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뜻대로 되지 않아 사무친 소리일까, 팀에게 무언가 피해를 준다는 사실처럼 느끼는 걸까.
시간이 지나자 다른 팀원들의 한숨이 섞여 나왔다. 쭈뼛대는 아이들과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 팀의 모습을 보며 한탄을 하는 것이었다. 큰 아쉬움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그 아이들에게 호통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딱 한 가지 감정이 들었다.
안타까움.
처음엔 형과 동생이 같은 팀이었다.
한 팀에 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그 둘의 지분이 크기에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
공격은 전개되지 않았고 마무리도 어설펐다. 다른 네 명의 팀원들도 이렇다 할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두 게임 정도 흐르고, 나의 팀은 잠시 쉬는 시간을 맞이했다. 나는 경기를 구경하거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때다.
갑자기 같은 팀에 있던 사람이 경기 운영 관리자에게 팀 교체를 제안했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꽤나 가까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형 동생이 같이 뛰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밸런스에 맞게 그리고 함께 어울리면 더 좋지 않은가.
그들도 시간과 돈을 내어 운동을 하러 왔고, 성취감을 맛보러 왔고, 경쟁하러 왔다.
스포츠에서의 선의의 경쟁은 빼놓을 수 없는 아젠다였다.
끝내 결정은 내려졌다.
빨강팀이었던 나는 그 팀을 나와 중학생 형과 한 팀이 되었다.
팀이 변경되고 나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격려였다.
형들이랑 섞여 축구하러 나온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기특한가.
아이들은 분명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고 육체적으로 형들을 따라갈 수 없음을 인지할거다. 그럼에도 계속 진행하는 과정이 얼마나 성실하고 멋진가.
나는 그들의 노력과 결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개편된 팀 내에서도 여전히 그 아이를 호통치는 어른이 있었지만, 나는 다르게 접근했다.
'실수해도 괜찮다. 넘어져도 괜찮다. 슈팅 좋았다. 패스 좋았다. 기죽지 마라. 같이 뛰는게 너무 대단해 등'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던 것 같다.
그러자 정말 신기한 일이 펼쳐졌다.
우리 팀 다른 인원들도 아이들에게 비슷한 격려를 건네고 있는게 아닌가!
시간이 차차 지나 격려를 머금은 중학생 아이의 눈에선 독기가 차올랐다. 무엇을 깨달았을까.
아이의 스킬적인 부분은 이전과 동일했다. 투박했고 느렸고 볼을 제대로 터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미친개처럼 의지를 불태웠다. 온 그라운드를 누비며 가장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는 부족한 부분 가운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았다. 성실이자 동시에 흘리는 땀의 총량이었다.
문득 이영표 선수의 말이 떠오른다.
'정확히 흘리는 땀의 노력에 비례하여 실력이 성장한다.'
'80%의 땀을 흘리면 정확히 80% 만큼 성장한다.'
아이는 짧은 시간 내에 성장하고 있었다.
마침내 아이는 골을 넣었다. 무려 세 골이나..
나는 누구보다 격하게 아이를 축하했다.
아이가 내게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지긋이 고개를 들어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고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안경에 땀이 범벅한 자국, 생기를 되찾은 듯한 눈, 입가가 찢어지도록 행복한 미소.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여기서 제일 잘하네~ 멋지다 짜식'
두 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걸 느낀다.
모두가 즐거운 풋살을 할 수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던 같은 팀 청년의 용기와 배려.
격려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아이의 태도.
노력을 통해 결실을 맺은 소년의 순수한 웃음.
나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여태껏 활동했던 플랩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팀과 공동체는 개인을 성장시켜 주는 고귀한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