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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Feb 18. 2022

스토리를 압도하는 그림

<악녀는 마리오네트><희란국연가>



그림이 없으면 만화는 존재 자체가 성립하지 않지만, 글/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 보통 글 작가가 그림 작가보다 앞에 명시된다. 왜일까? 만화 역시 단순한 이미지에 앞서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콘텐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을 봐도 알 수 있다. 요일별 상위권 랭킹에 자리한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주 높은 수준의 작화가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때 그림체로 말이 많았던 이말년 작가 작품을 포함, 몇몇 작품은 비교적 간단한 그림체로 그려진다(물론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 그리기 쉽거나 품이 덜 든다는 뜻은 아니다). 만화는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에 따라 그림체가 조금 아쉬워도 작품 고유 개성이나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독자를 유도한다.


하지만 때로는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 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한 컷 한 컷 입이 안 다물어지는 작화로 독자를 압도하는 작품이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웹툰 신작이 쏟아지는 지금, 다수 독자가 매 회차 작화에 감탄하는 두 작품을 골라봤다.



[로판 작화의 최고치를 보여준 - <악녀는 마리오네트>]

로판 장르 작품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톤을 가진 작품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다수 로판 독자가 작품에 원하는 분위기는 화사하고 블링블링한 분위기이다. <악녀는 마리오네트>는 매 회차 일러스트에 가까운 클로즈업과 디테일이 뛰어난 의상, 세세한 명암과 엄청난 빛 보정으로 로판 웹툰 최대치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처음 작품이 오픈되었을 때 많은 독자가 작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최신 회차에서도 여전히 작가의 손목 건강을 걱정하는 댓글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생각지도 못한 연출로 놀라움을 주거나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원작 완성도를 떠나 기본 줄거리는 ‘회귀  복수라는 로판 주요 클리셰  하나이며, 주로 작화를 뽐낼  있는 클로즈업 위주로 연출이 이루어진다. 작화에 초점을 맞춰 제작하는 느낌이 강한 작품으로, 어찌 보면 기획 방향과 목적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로판 독자는 개연성과 시각적인 즐거움이 보장된다면 흔한 설정에 매우 관대한 편이기 때문에 기존에 로판 장르를 즐기는 독자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로판을 즐기지 않는 독자에게 입문용으로 소개하기에는 작화 수준이 너무 높지만, 같은 이유로 로판이 인기 있는 이유를 짐작가능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로판 독자를 타겟으로 작화에 엄청난 공력을 쏟아부은 결과, 런칭 3개월 만에 카카오페이지 100만 조회수 이상 작품에게 주어지는 ‘밀리언페이지’에 등극하게 되었다.


작가: 한이림(원작) / 망글이(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제작사: 북극여우



[작화의 완성도까지 서사가 된다 - <희란국연가>]

리디북스 간판 작품 <상수리나무 아래>로 유명한 김수지 작가의 4번째 출간작으로, 원작은 리디북스 제 1회 로맨스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나 웹툰이 네이버웹툰에서 독점 연재되면서 현재는 원작 소설도 네이버 시리즈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독보적인 세계관과 구멍 없는 탄탄한 설정으로 유명한 김수지 작가 작품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작품을 향한 독자의 기대가 높았으나, 더욱 화제가 된 부분은 화면을 압도하는 작화였다. 작품이 오픈 당일, 트위터 실시간 차트에 ‘희란국연가’가 올라올 정도로 많은 화제가 되었다.

<희란국연가>는 평생 사랑받는 일 없이 외톨이로 지낸 ‘귀신 보는 공주’ 소루가 왕명으로 전쟁 영웅인 자현과 혼례를 올리며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원치 않는 혼인을 한 자현과 경멸 어린 시선과 대접에 익숙해 자현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소루는 처음부터 어긋나 보이지만, 각자가 태생적으로 가진 힘이 상대방에게 수단이자 구원이 되면서 점차 얽히게 된다.

근래 동양풍 판타지 자체도 드물었는데, 웃음기를 빼고 큰 스케일로 진행되는 작품이 특히 드물었다 보니 동양풍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감정선은 로맨스 위주이지만, 요괴가 등장하는 세계관이나 왕과 전쟁 영웅 사이의 정치 갈등과 같이 판타지/드라마 요소도 꽉꽉 차 있어서 장대한 서사를 감상하기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작가: 김수지(원작) / MIDNIGHT STUDIO(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 / 제작사: 씨엔씨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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