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불 Sep 20. 2020

젊은 입속의 모래 폭풍 같은 방황

이우, <경계에서>

젊은 고민이다,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세계’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모습과

그 불안과 방황으로부터 벗어나려 

경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곳에서 또 다른 불안과 방황을 겪고 있는 모습이 그랬다.     


작품들은 마치 입에 버적버적 씹히는 

모래 폭풍의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을 준다.

황야와, 수평선과, 대지와, 태양과, 바람과, 이방의 땅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자신의 고민을 종식시켜줄 듯 보이는

이상적인 존재 같은 ‘노인’도 몇 번이고 등장한다.


화자는 끊임없이 경계에서 고뇌하지만

결국 내려지는 결론은

그렇게 철저히 고독하게 방황하는 일은

젊은 날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

그의 작품 <경계에서6>은

시집 전체의 방황과 주제의식을 아우르고 있다.     


<경계에서6> 

걸음을 멈춰, 뒤돌아본다.
아, 나는 경계에 서 있구나    
 
필명과 운명 사이에
고독과 사랑 사이에
여명과 석양 사이에
희망과 체념 사이에
삶과 죽음 사이에     

과거 속으로 뻗어있는 굽이진 길은
두 세계를 양분하는 경계선     

나는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못했다
그저 사잇길을 걸어왔을 뿐     

저 자욱한 안개 너머로 뻗어있는 길은     
어디로 향하는 길이던가
나는 그저 경계를 걷는 사이의 인간이란 말인가          


/

시는 전체적으로 유려하기보단, 투박하고 거칠었다.

또 잔뜩 긴장하고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더욱 젊고 날 것의 느낌이 났다.          


젊은 입속의 모래 폭풍 같은 고뇌를 닮았다,

고 생각하며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서평작성을 위해 도서를 무상제공받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선율은 무엇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