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첫째 등원 준비와 배고파 보채는 둘째를 힙 시트에 앉힌 후 한 손으로 젖병을 물리고 한 손으론 오전에 먹일 이유식을 타지 않게 저었다. 아침부터 애 안고 불 앞에 서 있으려니 힘들고 열이 올랐다.
‘세 달 후면 복직도 해야 하는데 다닐 수 있으려나. 걱정이네 진짜.’
30대 중반까지 비혼을 꿈꿨던 터라 결혼이 늦어졌다. 뒤늦게 사랑하는 인연을 만나, 본능에 충실하다 보니 두 명이 어느새 네 명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됐네. 또 늦겠다.’
“쭌아, 밥을 하루 종일 먹니. 그만 먹고 씻자. 얼른 이리 와!”
“오빠 좀 씻기고 올게. 잠깐만 놀고 있어.”
유나를 거실에 내려놓고 쭌을 식탁 의자에서 번쩍 들어 욕실로 데려갔다.
쪼꼬가 기다렸다는 듯 꼬리 흔들며 뛰어와서는 유나 입에 묻은 분유를 날름날름 핥았다.
“야아!” 깜짝 놀란 쪼꼬가 도망가고 유나가 해맑게 웃었다. 등원시간 20분이 남아 있었다.
노산에 첫 아이인 쭌의 생활 규칙, 옷차림, 학습, 준비물 등 이것저것 모든 것이 신경 쓰였다. 유치원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등원 시간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유치원 적응에 큰 도움을 주고 다른 아이들 학습에방해가 되지 않도록 등원시간을 철저히 지켜달라는 원장님의 부탁 말씀이 있었다.
쭌에게 단정히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긴 후 유나를 아기 띠에 둘러맸다.11분이 남아 있었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 가방. 바쁠 때 꼭 이러지.’
유치원 가방을 깜박해서 급하게 거실로 뛰어 들어가 가방을 집었다. 아기띠 무게 때문에 앞으로 꼬꾸라질 뻔하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아주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오메 내 시끼 괜찮아. 놀랬지?”
손목이 아픈데 주머니가 없다. 휴대폰을 어디에 둘지 잠시 생각하다 아이 들여보낼 때 꺼낼 생각으로 유치원 가방 안에 넣고 서둘러 뛰었다. 아마 한국 엄마들은 아기 띠 매고 달리는 경기 시합이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세계대회에서 은메달 하나쯤은 목에 걸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