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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유 Jan 24. 2024

반짝인데이에도 웃지 못했다.

엄마의 입원.

재학 중인 세종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신년 행사가 열렸다.   


<하루하루 반짝인데이>라는 행사 명으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올리면(블라인드 테스트) 학우들의 투표 순으로 수상자를 가리기로 했다.


이 작품으로 나는 가장 많은 표를 얻어 1등 했다.

감사했지만 학우들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엄마가 입원 중이었다.


위염 때문에 자주 고생하 엄마가 소화불량인 줄로만 알고 복통을 참으셨단다. 고열에 구토,  숨쉬기 힘들어지자 새벽 5시, 홀로 응급실로 가셨다. 자식들이 걱정할까 싶어 입원실로 올라간 정오쯤 돼서야 엄마가 전화하셨다.


급성 담낭염.

담도관이 막혀 즙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담낭이 터질 듯 비대해졌고 간수치가 높아져 황달까지 온 상태였다. 담낭 절제술 받으면 간단할 테지만 엄마는 당뇨, 고혈압, 혈전약(뇌출혈 재발 방지)까지 복용 중이라 당장은 수술이 어려웠다. 담즙 배출이 시급해 배액관 시술이 결정됐다.


우연일까.

아빠가 입원한 시점은 여름방학,

엄마가 입원한 지금은 겨울방학.


주말을 이용해 내가 상주 간병하기로 했다.

엄마는 요즘 들어 아빠가 꿈에 자주 보인다고 했다.

경로당에 다니며 나름 꿋꿋하게 잘 견디고 계신다 생각했는데 엄마의 우울은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배액관 주머니는 6주간 달고 지내야 한다.

그 이후 담낭 절제술 여부가 결정된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관을 삽입하고  끝에 투명 비닐백을 연결해 담즙이 배출되도록 한다. 매일 환부를 포비돈 소독하고 관이 막히지 않게 주사기로 식염수를 넣었다 빼줘야 한다. 채워진 담즙을 버리고 고무마개는 알코올 소독해야 한다.

퇴원하면 엄마 혼자 하실 수 있을까. 저지방 식사로 끼니는 잘 챙겨 드실 수 있을까. 


아빠를 허망하게 보내고 엄마까지 잘 못 되는  아닐까 무섭고 두려웠다. 아무래도 엄마 혼자 두는 건 안될 것 같았다.


퇴원한 엄마가 배액관 주머니를 단 채 우리 집으로 왔다. 아이들이 있으니 엄마도 덜 적적 할 테고 옆에서 챙겨드릴 수 있으니 좋다.


집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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