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토리 콘텐츠는 춘추전국시대, 일통의 그 날이 올까?
01.
2015년 3월 27일.
첫 직장을 떠났다.
2년 11개월이란 시간을 정리했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아쉽다.
하지만 그땐,
시원섭섭했던 걸로 기억한다.
글을 쓰고 게임을 하고
사람을 만나 웃어야 하는 일상,
그 모든 것들에 지쳐있어서다.
어느새 3개월이 훌쩍 흘렀다.
정말… 빠르다.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질 않는다.
딱, '빠르다'는 말 하나 밖에는.
늦잠 후 일어나 뒹구는 일상.
지겹다. 뭔가 자극이 필요했다.
문득,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아니 좀 더 솔직히 해둬야겠다.
하고 싶은 일, 자극을 줄만한 일.
그게 아니면 없었다.
도무지.
노트를 펼친다.
제법 손에 익은 만년필을 꺼낸다.
손가락 사이로 휘휘 돌려본다.
주제를 뭘로 해야할까.
3년 가까이 게임웹진 기자로서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게임 이야기로 한정짓고 싶지는 않았다.
게임이라는 것을 전문적으로 파기엔 스스로 부족함이 너무 크다고 느낀 까닭이다.
좀 더 품이 넉넉하지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그런 카테고리가 필요했다.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에는 더할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지만…
아냐, 이건 너무 방대하다.
단서를 하나 더 넣어야겠다.
뭐가 좋을까…
그래, 어릴 적 소설을 읽고 쓰는 걸 좋아했으니
'스토리'를 덧붙이면 괜찮을 듯하다.
디지털 스토리 콘텐츠.
새롭게 시작할 테마는 이렇게 정해졌다.
02.
첫 글이니만큼, 일부러라도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소 붕 뜨는, 애매모호한 넋두리들을 적어내려가다 보면
여러 글감들이 마구 떠오를 것 같아서다.
웹소설로 연재 중인 무협소설 한 편을 읽다가
문득 생각난 단어, '춘추전국시대'.
이걸로 첫 번째 '썰'을 한 번 풀어봐야겠다.
중국.
중동(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와 함께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다.
대학 시절 개인적인 경험 탓에
중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계사와 문명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라 중국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
최근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중국의 고전들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의 기나긴 역사 탓에
원본의 종류와 숫자만 해도 적지 않으며,
재해석이나 재구성 또는 대체역사 같은
부가 콘텐츠까지 셈하면 차고 넘치게 많다.
‘춘추전국시대’는 그 중에서도
'리얼 단골'로 분류되는 소재다.
B.C. 8세기부터 3세기,
약 5백여 년에 이르는 중국 고대 변혁의 시기.
각각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눠지며,
중국 전역의 패권이 지상과제였던 시대.
시대 위에 군림하던 몇몇 나라와 군주의 이름은 전해지지만, 영원한 절대자는 없었던 시기.
수많은 호걸들이 뜻을 펼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정답은 아니었던 시기.
작금의 콘텐츠업계를 바라보며 바로
이 춘추전국시대를 떠올렸다.
최근 몇 년 간을 되짚어보면, 콘텐츠 생태계의 치열함이 눈에 띌 만큼 거세졌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깊이, 미시적인 면면을 들여다본다.
어느 정도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사례도 보이고,
나무랄데 없이 꾸며졌건만
힘 한 번 못써본 채 사라지는 것들도 부지기수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이 급격히 발전하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률도 훨씬 높아졌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춘추전국시대와 함께 플랫폼들의 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졌다.
기존의 것들은 물론 새로운 서비스들도 모바일 환경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유저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과 같은 부분도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 필수 요소가 됐다.
안 그래도 해결할 문제가 쌓여있는데, 그 옆에 산더미만큼의 과제가 생겨나고 있는 형국이다.
03.
얼마 전 조금 늦게나마 브런치를 알게 됐다.
순수하게 글에만 집중하더라도 제법 괜찮은 모양새가 나온다. 마음에 들었다.
디지털 스토리 콘텐츠 리뷰를 적어보겠다고
얼개를 짜고,
어느 부분에 주력할지를 고민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 전체적인 틀을 바라보는
이런 글을 한 번쯤은 적고 싶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나
견해가 담긴 것은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내 시야 안에 보이는 것들을 풀어보고 싶었다.
대하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봤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난세(亂世)’다.
누구 하나 왕도(王道)를 제시할 수 없는
격동의 시기다.
과연 이 난세에도 일통(一統)의 그 날이 올까?
‘지금까지의 역사를 미뤄봤을 때,
언제가 됐건 올 것이다’라 답하고 싶지만…
세상사 어찌될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저 희망하고 소망할 뿐이지.
곳곳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콘텐츠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요즘,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가 하루하루 고민이다.
뭐라고 해보고 싶어 시작한 이 공간에는,
앞으로도 이렇게 그다지 영양가 없어보이는 글들이 쌓여갈지도 모를 일이다.
저 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이
끝나기 전까진 말이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겠는가.
또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어떻게든 발버둥치며 살다보면,
이 혼란한 틈 속에서 내 한 몫 해낼 수 있는 길 쯤은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때쯤이면, 어지러움이 켜켜이 쌓인 이 시대에도 어느 정도 이정표가 세워져있지 않을까 싶다.
그 날이 올 때까지 나는 내 길을 닦아가기 위해
한 글자라도 더 적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