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뭘 기대하진 않았어도... 이건 아니잖아
그래,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주 좋았다.
다른 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눈이 조금 일찍 떠졌고, 아침으로 먹던 시리얼도 오늘따라 달콤했다. 오늘은 맡고 있는 콘텐츠 원고를 어디까지 끝내고, 해가 천천히 떨어질 무렵에 분위기 괜찮은 카페에 가서 더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와야지. 계획을 다시 읊어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일이 터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케틀벨 스윙을 몇 번 하다가, 불현듯 허리 어느 지점이 정상이 아님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매트 위에 누워 스트레칭을 몇 번 했는데, 금새 통증이 일더니 거울로 봐도 약간 구부정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아플 때에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다. 몸 어디인들 안 그렇겠냐마는, 허리는 특히 심하다. 뭐 하나 하려해도 허리 힘은 꼭 필요했다. 심지어 자리에 눕고 일어나는 것조차.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전거는 허리를 완전히 펴지 않고도 탈 수 있어서 집까지는 멀쩡한 모습(?)으로 올 수 있었다. 파스를 두 장 붙이고 이불 위에 대충 쓰러져 바르작거리고 있자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오늘따라 유독 '개같다'는 표현이 혀 끝을 맴도는 이유. 9월 24일,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뭘 챙긴다거나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 해야하는 건 아니다. 근데 적어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일어나기도 힘들어 자리보전하고 있는 생일이라니. 하루 쯤은 기분 내도 되는데 너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굴어서 벌 받은 건가......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이 시간 즈음 연휴 뒤에 제출할 원고를 마치고 더치 커피를 찾아나서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일어나기 시도를 한 번 더 실패한 뒤 다시 누워서 휴대폰으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따지고 보면 내 탓이라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 억울한 건 아니다. 훌쩍.
별 수 없이 오늘은 낮잠이나 실컷 자고 올빼미 작업을 해야할 듯. 아, 눈 감았다 뜨면 오늘이 지나있을 수도 있으니, 페이스북 생일 축하 메시지 답글은 달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