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샀다

by 유이경

또 꿈을 꾼 게지.

희한한 꿈을 꾸고 나면 해몽을 찾아보고 길몽이라는 제스처만 있어도 날름 로또를 산다. 이번에도 역시 길몽. 좋은 꿈이란다. 요즘 이렇게 해몽을 찾아보면 좋은 꿈이라는 꿈을 종종 꾼다. 그런데? 별일 없다. 뭐, 별일 없는 게 좋은 거긴 하지만 뭔가 기대하게 만들어놓곤 아무 일이 없다. (사실 아무 일이 없다고 하기엔 나름 다사다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로또를 매주 사는 남편과 달리 나는 로또를 이런 꿈을 꿨을 때만 산다. 가뭄에 콩 나듯 사는 로또를 살 때마다 이상하게 아이가 함께 있고, 아이는 뭔지도 잘 모르면서 신나서 자기도 한다고 숫자 여섯 개를 고심해서 골라 칠한다. 나는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서 될 놈은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에 자동으로 하고 만다. 역시 될 놈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놈은 어떻게든 안 되는 거지. 이번에도 역시 꼴등도 안 되었다. 왜 이제 5천 원도 안 되는 거지. 예전엔 그래도 간혹 꼴등은 되곤 했는데. 다섯 개를 했으니 숫자가 총 30개. 그런데 그중 맞는 숫자라곤 하나, 혹은 두 개. 항상 전적이 이 따위다. 이 눔의 꿈, 속지 않으리 해놓고 또 속았다. 이럴 거면서 뭐 그렇게 인상적으로 큰 벌레가 나와서 굳이 나에게 죽임을 당했나.


로또를 잘 사지도 않으면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하는 그 놀이, 나도 한다. 로또 1등이 되면 그 돈으로 무얼 할지 행복한 고민을 미리 해 보는 그 놀이 말이다. 우선 집을 사고(이 눔의 집, 서러운 내 집 마련), 잠깐, 예전에는 집을 사고도 꽤나 돈이 많이 남았는데 요즘 집값으로는 그다지 남지 않는 듯하다? 조금 집값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몇 년 새 오른 집값이 예전으로 돌아오려면 아직 멀고도 멀다. 젠장, 로또 1등 된다고 해서 놀고먹을 수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로또 1등이면 얼마가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상상의 나래만.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에잇, 고양이가 자판을 눌렀다. 잠깐, 이거 무언가 암시인가. 다음 로또에선 3을 위주로 찍으란 이야긴가. 자, 더 눌러보아라, 고양아. 다른 숫자도 좀, 응? 그렇게 눈 감고 모른 척하고 있지 말고.


어느 날부터 글이 올라오지 않고 계속 올라오지 않고 진짜 올라오지 않고 몇 년이 흐른다면 로또가 된 줄 아시라. 로또가 당첨되면 글 따위 쓸 생각은 없어지지 않을까. 아닌가? 은근 자랑하고 싶어 밑밥 까는 글을 쓰게 되려나? 아니, 막 겁나게 마케팅 빠방 하게 하는 곳에 거액을 투척하고 책을 내달라 막 그러는 건 아니려나? 그런데 내가 그 정도로 글 욕심이 있는 건 또 아닌데.


연휴가 하루 남았다. 하지만 내게는 이틀 남았다. 아이네 학교는 화요일까지 쉰다. 그렇다면? 마셔야지. 체력이 다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자판을 칠 기운이 있으니 마셔야지. 그게 술이라고는 말 안 했다. 그러고 보니 로또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던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 기대감으로 기분이 꽤나 좋았는데. 진짜 이번에 뭔가 될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거기다 어제 남편이 집에서 블랙러시안 칵테일도 만들어줬는데.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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