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말

by 유이경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메리 올리버, 완벽한 날들 서문 중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있다. 하지만 막혔다. 무얼 말할 수 있을까. 무얼 말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말은 무엇이고 그들이 원하는 말은 무엇인가. 아니, 그전에 내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도돌이표가 몇 달 전에 생겨났다.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그 책이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라는 걸 떠올린다. 많은 작가들의 경우, 결국 하고픈 이야기는 하나다. 그걸 계속 깊이 있게 다양한 각도로 파고들어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런 걸 나아간다고 말하는 거겠지. 그런 대단한 분들의 여정을 독자로서 따라가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글을 쓰려고 나풀대는 사람으로서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멈춰서 경탄의 한숨을 쉴 뿐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나에게도 하나의 이야기는 있다. 그걸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오롯이 내 몫일 텐데.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듯하다. 그 준비가 되기는 할까.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힘을 빼고, 그냥 쓰기로. 그냥,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퇴고 따위는 우리 뚱냥이한테나 주고. 그렇게 쓰기 시작하니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은 지금도 내가 뭘 쓰는 건지 모르면서 문장 하나 문장 하나를 이어가고 있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쓰기 시작할 때 막막하면서도 설레는 이 기분이 좋다. 이걸 어떻게 끝맺으려고 이러나 하면서도 어찌 됐든 마무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마무리가 나만의 만족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글을 쓰다 보면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방향을 틀기도 하고 내 안에서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게도 된다. 그런 힘을 가졌다, 글을 쓴다는 건. 그걸 믿고 우선은 마음껏 써제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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