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민들레를 좋아하세요

by 유이경


그렇다고 아래를 바라보며 걷는 스타일도 아닌데 그날따라 꽤나 더워진 봄날의 햇볕을 콘크리트 길 끄트머리에서 쬐고 있는 민들레가 눈에 밟혔다. 그때쯤 읽었던 책 때문이었을 거다. 분명 어떤 책의 어떤 구절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멈췄는데 그게 어떤 책이었는지 어떤 구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게 뭐 중요하랴. 이렇게 잊어버릴 정도라면 그게 또 뭐 얼마나 큰 깨달음이었으랴. 아무튼 그날은 그 구절에 취해 민들레를 마주 보고 앉았다.


항상 민들레가 좋았다. 생존력, 강인함, 삭막한 도시 속에서도 어떻게든 피어나는 대단함의 상징. 그런 것이 시작이었을지 몰라도 그것 아니어도 좋았다. 노란 꽃잎이 좋았고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신기할 정도로 반항적인 삐죽삐죽 이파리도 좋았고 길가에 흔하게 나 있는 그 민들레를 쑥 뜯어서 먹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좋았다. 막상 엄마가 매콤 새콤하게 민들레나물을 무쳐주면 쌉싸름한 맛에 조금밖에 맛보지 않았지만 말이다.


봄날의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넸다. 어떤 책, 어떤 구절이 생각나지 않듯 어떤 말을 건넸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흔하디 흔한 민들레 중에 그 민들레에게 눈길을 주었고, 그 민들레는 봄날의 햇볕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받았다. 그것뿐이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도 그랬고, 그 순간을 떠올리는 지금도 아주 조금은 충만해지는 듯하다. 그건 민들레를 발견하고 좋아하고 말을 건넬 수 있는 내가 아직 내 안에 있다는 것 때문이겠지.


아직은 내 안에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 그런 것을 발견하고 위안받고 응원한다.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아. 아직은, 봄날의 민들레를 좋아해.




사진: UnsplashLorenzo Ranuz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