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자랑거리가 있냐고? 어디, 들어볼 생각이라면 숨부터 크게 들이마시고, 이제부터 몰아칠 거니까.
파마 잘 먹는 머릿결, 아직은 전반적으로 짱짱한 머리숱, 체지방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분명 어딘가 튼실한 근육이 있을 게 분명한 튼튼한 허벅지, 하루에 커피 몇 잔을 마셔도 시도때도 없이 졸린 수면욕, 없으면 없는 대로 때려넣어 금방 만드는 요리 실력, 저건 더러운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털털함, 그런 털털함과 어울리지 않게 얌전한 취미도 곧잘 하는 의외성, 그래서 대바늘로 뭐 좀 잘 뜬다고, 마흔 넘어 처음 쓴 안경이 생각 보다 잘 어울리는 얼굴, 열 살 넘은 딸아이를 향한 뽀뽀 세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마인드, 그래서 공부 관련 학원도 아이가 다닐지 말지 선택하게 해주지, 하지만 이건 네 선택이니 무르기는 없다고 못 박는 스킬이 이어지고, 그럼에도 아이 인생은 아이 인생이라는 인식, 아직 서너일 연속으로 술 마셔도 쓰러지지 않는 음주에만 기능하는 체력, 아직 좋아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많은 걸 보니 정신 쪽으론 에너지가 넘치는 듯, 아이에게 솔직하게 -성 이야기든 뭐든- 입 털기론 주변에서 1,2등일 듯, 드라마 보면서 게임하면서 머릿 속으로 계획 세우는 멀티 가능, 아이가 '지우개'라는 글감을 보고 엄마의 기억력을 떠올릴 정도로 극심한 기억력의 소유자지만 수많은 메모와 알람으로 커버하는 대처 능력, 무엇보다 내 몸과 정신이 힘든 건 질색이라 변명과 정색과 거절로 이뤄낸 철저한 자기 관리, 상시 더러운 집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들 초대하는 멘탈, 다이어트하는 남편 꼬셔서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게 해서 뚱뚱 불게 만들기, 폭 좁은 컵도 맨손으로 설거지 가능한 작은 손, 발 디딜 곳 없이 방바닥에 온갖 물건을 흩뿌려놓은 아이 방 참아주기, 내 애 아닌 아이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막상 애랑 있으면 몸으로 놀아줘서 조카들에게 인기쟁이인 인간, 그렇게 놀아주는 날 보면 친정 식구들이 그냥 니네 다 친구 같다고 하는 젊디 젊은 정신 연령, 칠십 대인 엄마의 노화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신체 상황, 한 번 친해지면 벗어날 수 없이 오래 가는 매력, 딸아이에게 콩깍지가 씌워져 있지만 우리 딸 보다 예쁜 애 나타나면 더 예쁘다고 인정하는 객관성, 사십 년 정도 꾸준히 책과 영화와 만화와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 고양이의 보호자를 구하는 글 보면 다 데려오고 싶은 측은지심, 그러나 남편을 안심시키는 거의 없다 싶은 실행력,
어라, 이거 자랑거리 맞나. 하긴 이건 자랑거리지 장점 찾긴 아니니까.
단락 안 나눈 긴 글이 힘들다고? 근성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아주 친절하게, 다시 간다.
1. 파마 잘 먹는 머릿결,
2. 아직은 전반적으로 짱짱한 머리숱,
3. 체지방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분명 어딘가 튼실한 근육이 있을 게 분명한 튼튼한 허벅지,
4. 하루에 커피 몇 잔을 마셔도 시도때도 없이 졸린 수면욕,
5. 없으면 없는 대로 때려넣어 금방 만드는 요리 실력,
6. 저건 더러운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털털함,
7. 그런 털털함과 어울리지 않게 얌전한 취미도 곧잘 하는 의외성,
8. 그래서 대바늘로 뭐 좀 잘 뜬다고,
9. 마흔 넘어 처음 쓴 안경이 생각 보다 잘 어울리는 얼굴,
10. 열 살 넘은 딸아이를 향한 뽀뽀 세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
11.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마인드,
12. 그래서 공부 관련 학원도 아이가 다닐지 말지 선택하게 해주지,
13. 하지만 이건 네 선택이니 무르기는 없다고 못 박는 스킬이 이어지고,
14. 그럼에도 아이 인생은 아이 인생이라는 인식,
15. 아직 서너일 연속으로 술 마셔도 쓰러지지 않는 음주에만 기능하는 체력,
16. 아직 좋아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많은 걸 보니 정신 쪽으론 에너지가 넘치는 듯,
17. 아이에게 솔직하게 -성 이야기든 뭐든- 입 털기론 주변에서 1,2등일 듯,
18. 드라마 보면서 게임하면서 머릿 속으로 계획 세우는 멀티 가능,
19. 아이가 '지우개'라는 글감을 보고 엄마의 기억력을 떠올릴 정도로 극심한 기억력의 소유자지만 수많은 메모와 알람으로 커버하는 대처 능력,
19. 무엇보다 내 몸과 정신이 힘든 건 질색이라 변명과 정색과 거절로 이뤄낸 철저한 자기 관리,
20. 상시 더러운 집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들 초대하는 멘탈,
21. 다이어트하는 남편 꼬셔서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게 해서 뚱뚱 불게 만들기,
22. 폭 좁은 컵도 맨손으로 설거지 가능한 작은 손,
23. 발 디딜 곳 없이 방바닥에 온갖 물건을 흩뿌려놓은 아이 방 참아주기,
24. 내 애 아닌 아이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막상 애랑 있으면 몸으로 놀아줘서 조카들에게 인기쟁이인 인간,
25. 그렇게 놀아주는 날 보면 친정 식구들이 그냥 니네 다 친구 같다고 하는 젊디 젊은 정신 연령,
26. 칠십 대인 엄마의 노화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신체 상황,
27. 한 번 친해지면 벗어날 수 없이 오래 가는 매력,
28. 딸아이에게 콩깍지가 씌워져 있지만 우리 딸 보다 예쁜 애 나타나면 더 예쁘다고 인정하는 객관성,
29. 사십 년 정도 꾸준히 책과 영화와 만화와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
30. 고양이의 보호자를 구하는 글 보면 다 데려오고 싶은 측은지심,
31. 그러나 남편을 안심시키는 거의 없다 싶은 실행력,
진짜 진짜 진짜 의도하지 않았는데 쓰고 보니 써리원이네. 맘에 드는 자랑거리가 있다면 세 개까지는 포장 가능하니 가져가도 좋다. 대신 반품 불가, 앞으론 영원히 당신 거.
사진: Unsplash의Timo Wa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