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특별한 날에는 외식을 했다. 그 특별한 날에는 생일 따위는 들어가지 않았고 오로지 누군가의 졸업식만 들어갔는데 우리 삼 남매는 삼 학년씩 차이 나서 졸업을 같은 해에 몰아서 했다. 그래서 그 특별한 외식은 3년에 한 번이었다.
그때마다 가는 경양식집이 있었다. 집에서 걸어서 십오 분, 전철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처음 갔던 건 큰오빠 중학교 졸업식 겸 작은오빠 초등학교 졸업식 때였다. 건물 이층에 있던 그 식당 간판에는 나폴레옹인지 채플린인지 하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명분식, 장수갈비, 전주식당, 이런 이름에 익숙해 있던 내 눈에 그 이름은 세련 그 자체였다.
우리가 가본 식당이라고는 동네 갈빗집, 기사식당, 그마저도 몇 번 가본 적 없던 터라 커버가 따로 달려 있는 메뉴판을 받았을 때 티브이에서나 보던 고급식당에 온 것처럼 신기해 들떴다. 칸칸이 나뉘어 있는 자리들 역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메뉴판에는 대표 메뉴인 돈가스와 돈가스의 변종 메뉴들, 그리고 그 아래에 함박스테이크가 있었다.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돈가스보다 함박스테이크가 천 원 더 비쌌던 것은 확실히 생각난다.
안 먹어본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함박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다. 먹어보기는 커녕 그게 무엇인지 들어본 적도 없던 음식이었다. 오빠들을 조용히 찌르면서 뭐냐고 물어봤지만 오빠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나 먹고 싶은데. 오빠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묻지도 않고 돈가스 다섯 개 시킨다고 공중에다 이야기한 후 웨이타! 하고 큰 소리로 종업원을 불렀다. 종업원이 오기 전 불쑥 내게서 말이 터져 나왔다.
아버지, 저 함박스테이크 먹고 싶어요.
아버지는 조용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간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던지. 덩달아 오빠들까지 긴장한 게 느껴졌다. 갑자기 아버지는 웃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 호탕한 척 하하하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마침 온 종업원에게 돈가스 네 개와 함박스테이크 한 개를 시켰다. 종업원은 함박스테이크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말을 전했다.
오목한 그릇에 말간 우윳빛 수프가 담겨 나왔다. 무언지도 모르고 우리는 아버지와 엄마가 하는 대로 후추를 뿌리고 수저로 입에 떠 넣었다. 무슨 맛인지 아리까리 아리송한데 맛있는 맛! 금세 동이 난 수프 그릇을 들고 핥고 있는 우리에게 아버지는 연신 떠들기 시작했다.
“딸내미가 비싼 건 알아가지고 오빠들이랑 엄마 아빠는 싼 거 먹는데 혼자서 함~박~ 스테이크 먹는다고 그러네.”
돈가스가 네 접시 나왔다. 이제 아버지도 조용해졌다. 모두 돈가스 써는 데에 집중한다. 한 입 얻어먹고 싶은데 어느 접시 것을 탐내야 하나 고민한다. 옆에 앉은 작은오빠 것에 슬쩍 포크를 대려다가 걸렸다.
“야.”
다른 말도 필요 없다. 에잇. 금방 쫄아들어 시무룩해진 내게 엄마가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어줬다.
드디어 내 함박스테이크도 나왔다. 접시에 나온 돈가스와 다르게 내 함박스테이크는 뜨거운 철판 위에다. 그 꼴을 보자마자 아버지는 또 입을 연다. ‘딸내미가’로 시작하는 말들. 네이, 네이. 속으로 대답하면서 침을 꼴깍 삼킨다. 돈가스를 정신없이 입에 넣던 오빠들도 바쁜 손을 느려진다. 엄마는 철판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면서 내 함박스테이크를 썰어준다.
불 위도 아닌데 내 앞에 놓인 철판 위 고기와 철판 위에 부어진 소스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까만 일인용 철판도 함박스테이크라는 것도 소스가 지글거리는 것도 다 처음이었다. 이곳에 오고부터 처음인 거 천지였다. 입을 벌리고 엄마가 함박스테이크를 써는 것을 구경한다. 다시 한번 뜨거운 철판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며 엄마가 내 앞으로 철판을 옮겨주었다. 엄마가 잘라준 함박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는다. 그때는 이게 무슨 고기인지도 갈아진 고기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사르르 녹는 것 같은 식감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내 반응을 기다리던 오빠들은 내가 “너무 맛있어.” 한 마디하니 바로 냉큼 포크를 들고 내 함박스테이크를 탐했다.
“그만 먹어!”
항상 아버지 앞에서 소리를 낮추기만 하는 나도 목소리가 커졌다.
갑작스레 커진 내 목소리에 엄마의 포크가 멈춘다. 오빠들은 눈치를 보며 자기 자리에 제대로 자리를 정비하고 앉는다. 아버지는 잠시 나를 바라보고 있더니 찡그린 건지 미소 짓는 것인지 헷갈리는 표정을 짓는다.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오빠들과 엄마는 보지 못했다.
별 일 없이 식사가 끝났다. 나는 돈가스보다 천 원 비싼 함박스테이크를 먹었고 오빠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에게 별 일이었던 일이 아버지 앞에서 별 일이 아닌 일이 되어 조용히 지나갔다. 나폴레옹인지 채플린인지 그곳에서는 정말 처음인 일 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