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젊다.
하늘은 검다를 눈의 염증이 시야를 가린 탓에 잘못 읽은, 그대로가 좋아 옮겨 놓는다.
일상이 좋다. 일단, 오늘은. 지긋지긋이란 말로는 부족하게 끔찍하기만 해서 내던져버리고 싶은 날들은 잠시 비켜났다. 오늘은, 일단 일상이 좋다.
비가 와서일까. 오랜만에 사제 커피를 마셔서일까. 미루는 품성인 내가 미루지 않고 할 일을 모두 해서일까. 귀에 꽂아 넣은 이어폰에서 랜덤이 맞나 싶게 지금 듣고 싶은 노래들만 나와서일까. 비 오는 날은 Cigarettes After Sex 노래가 좋다. 두 단어 다 나와 어울리지 않지만.
식탁 위 아이가 남긴 도넛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난 비 냄새가 맡고 싶은데. 집안에 들이찰 물이 두려워 꽁꽁 싸맨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로 만족해야지. 아까 잠시 나갔던 길에 막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들을 피해 마구잡이로 달렸던 순간으로 달래야지. 비 냄새와 빗소리는 좋지만 비 맞는 건 싫어 정말 마구잡이로 달렸다. 비에서 안전하도록 우산을 쓰고 가만히 서서 비 냄새, 여름의 비 냄새를 맡고 싶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달달한 딸기우유가 마시고 싶어 진다. 달달한 우유를 아무 죄책감 없이 마셨던 게 언제일까. 오늘은 이대로 하루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직 오후 네 시 반. 사방이 어둡다. 하늘은 젊고. 밤을 기다린다.
Photo by Frame Harirak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