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산문을 읽었다

by 유이경

거실에 이불을 깔았다.

시인의 산문을 읽는 배 밑이 까슬거린다. 꼼지락거리던 발가락이 떠오른 생각에 쭉 뻗대진다. 문장을 읽는 중간중간, 순간순간 멈춰진다. 다른 존재는 위안이 된다, 보통은. 마음에 드는 잡념에서 자꾸 날 여기로 끌어내리는 목소리에 괜히 성질을 내본다.


시인의 산문은 따라잡기가 어렵다. 아아아아아아. 내가 틀어놓은 노래를 아이가 따라 부른다. 고개를 들지 않으면 내가 책의 문장은 날려버리고 아이의 노래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모를 거다. 쟤는 누굴 닮아 저리 음을 못 맞추나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거다.


메리 올리버의 산문을 읽으며 시를 쓰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게 뭔가 웃기다. 굳이? 산문을 읽으면서? 그런데 정말, 너무 오랜만에 시가 쓰고 싶어졌다. 어떻게 쓰는 건지 기억도 못하는데.


사람을 홀려놓고, 이유도 달아주지 않는 점에서 시와 고양이는 닮았다.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까만 고양이수염에는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먹다가 묻힌 참치 통조림 한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녀석은 옆에서 까불락거리다가 그 조각을 바닥에 흘렸다. 내 손이 닿기 전에 벌렁, 참치 조각 위에 까만 녀석이 몸을 뉘었다. 말랑말랑 출렁대는, 수많은 참치 조각으로 만든 까만 고양이의 뱃가죽에 매달려 얼굴을 파묻고 싶다. 귀를 막고 그대로 누워있고 싶다.


고양이에게 눕는 대신 거실에 깔아놓은 까슬한 이불 위에 눕기로 했다. 분명 나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은 어느새 두 뼘 거리 밖으로 밀려나고, 내 한쪽 팔에는 아이가, 다른 쪽 팔에는 까만 녀석이 드러누웠다. 나는 자유 의지를 잃고 그대로 녀석들에게 붙잡혀 한참을 누워 있었다. 시간을 잡아먹혔다. 그대로 시간이 흘렀다.


책 읽기 힘들다.

이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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