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서이다

by 유이경

눈이 더 잘 안 보인다. 젠장. 익숙해지지 않는 눈의 염증.

졸리다.

나는 얼마 전 걸렸던 코로나 확진 시기에 하혈을 했다. 그걸 이제야 알았네. 그게 월경이 아니었다는 걸.

그건 그거고 오늘 금요일인데 술을 마셔야 할까. 괜히 배달 앱을 들락날락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뺐다가.

졸리다. 다 저녁에 아이는 논다고 놀이터로 뛰쳐나가서 아직 저녁밥도 못 먹였는데. 술도 못 마셨는데 벌써 졸리다. 나는 지금 월경 중이다. 하혈 말고 진짜 월경.

만사 귀찮으니 드러눕고 싶다. 누워있는 내 입에 누가 깔때기 좀 꽂아주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맥주 좀 부어주오. 아니면 물담배처럼 긴 호스라도 꽂아주오. 술을 안 마신 지 2주가 되었다오. 아, 이러니까 완전 알코올 중독자 같네. 그래서 졸리다, 지금은. 그런데 깔때기 이야기하니까 남편이랑 연애하기 전에 남편 입에 깔때기 꽂아놓고 술을 두 사발은 부어줬던 기억이 나네. 무슨 회장 같은 게 되었다고 축하한답시고 완전 그날 기절을 시켜놨는데 그 남자랑 같이 살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덜 먹일 걸.

한 번씩 재발하는 눈의 염증이 초점을 나가게 만든다. 앞이 잘 안 보여. 눈 영양제도 먹고, 눈약도 넣고, 병원도 다니고, 안경도 쓰고(?) 다 해봐도 소용없이 의사 말대로 계속 재발한다. 뭔 눈에 이렇게 병이 많은지.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눈으로 배달 앱을 심각하게 쳐다보고 있다. 아이가 왔다. 친구들을 불러내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애들이 다 바쁜가 보다. 접선에 실패해 시무룩한 말투로 다녀왔다고 말한다. 밥을 차려줘야겠는데 졸리다.

술 메이트인 남편이 오늘 술 마신다고 하면 결정이 쉬울 텐데, 어제 과음한 남편이 오늘은 음주 포기를 선언했다. 혼자라고 안 마시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이러는 이유는 오로지 졸려서이다. 글이 이런 이유 역시 졸려서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조금은 칭찬해주고 있다. 이런 돼먹지 못한 글을 쓰면서 말이다.

졸리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지 않고 자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닐 것이다. 아마 곧 신용카드 결제 내용이 문자에 뜨겠지. 무슨 말도 안 되는 고민을 했던 거야 하면서, 그래 이 맛이야 하면서 2주나 쉬었던 위장에 맥주를 채워 넣겠지.

이건 다 졸려서이다. 이건 다 월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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