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 위선, 뻔뻔한 이기심, 잔혹함, 비겁함.
문유석, <최소한의 선의> 중 p127
나에게 가장 크게 해당하는 건 위선.
좋은 사람인 척, 생각 있는 사람인 척, 무언가 하는 사람인 척, 너를 위하는 사람인 척. 모두 척일 뿐. 진짜는 내게 없다. 그 속에 있는 거라곤 뻔뻔한 이기심과 비겁함, 어리석음과 잔혹함.
나는 누구보다 나를 가장 위한다. 좋은 의미로 정신건강에 좋은 그런 의미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알며 평생을 살아온 대단하신 우리 아버지처럼 나는 나 자신을 끔찍이 생각하고 끔찍이 미워한다. 그런 것이, 그런 것까지 닮아 버렸다. 아니, 이 점만이 나와 나의 아버지의 닮은 점이다. 아니, 이것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모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특징을 크게 구분해서 말했을 때 나와 나의 아버지는 동류다. 틀림없는.
헌법과 법률과 사회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뜬금없는 부분에 꽂혀서 자아비판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전작인 <개인주의자 선언>에서처럼 재기 발랄함을 많이 다운시키려고 노력한 게 보인다. 하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작가의 재치에 몇 번이나 멈춰서 웃었다. 자, 이렇게 뜬금없이 도서 감상의 글로 흘러가고 있다. 요즘 글을 자유롭게 써보자 해서 마구잡이로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는 있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래 놓고 갑자기 오늘 쿠팡 플레이에 올라와서 다시 보다가 잠시 멈춘 영화 <비상선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참아야지.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은 논쟁거리 많은 영화니까. 다만, 논쟁거리가 없는 부분이라면 부기장이 잘 생겼다는 거?
해야겠다, 여름 초입부터 마음먹은 일이 있다. 반절만 하고 반절은 계속 미룬다. 아이가 방학했으니까 개학하고, 여행 다녀와서, 코로나 회복하고 나서, 추석 지나고 나서, 그러다 언제? 내가 맨날 잘하는 '하는 척' 말고 진짜 뭐라도 하고 싶어 실컷 시작해놓고 나머지 진짜 마음먹은 일은 자꾸만 미룬다. 이러다 올해 간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정말 뭐라도 하고, 행동하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진짜 올해 끝이 코앞이다. 또 나이가 바뀌겠지. 아직 올해의 나이도 다 적응이 안 되었는데.
다시 <최소한의 선의> 책으로 돌아와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책을 적극적으로 읽었으면 하는 사람은 정작 읽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은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이런 책이 나와봤자 변하는 건 없어 따위의 의미 없는 생각 따위 날려버리자. 숱했던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들에 반박하며 살았던 시절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마치 그중 하나가 아닌 듯 '그런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며 두 발작 뒤에서 훑어보지도 말자. 그 또한 기만이며 위선이다. 이렇게 쓴 지금의 순간 또한 그러하다. 이따위로 글을 뜬금없이 마무리하는 거지. 밤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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