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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02. 2024

쿵소리가 아니라 나무 쓰러뜨린 ㄴ을 찾아라

feat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드라마에서는 매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내레이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18세기 관념론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철학자 (조지 클루니 아니고) 조지 버클리의 '아무도 없는 숲에서 큰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따 왔다고 하더군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라는 그의 명제처럼 '아무도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지각하지 못했다면 쿵 소리라는 존재도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다소 난해한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넷플릭스 시리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에서 쿵 소리 따위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살인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고 해서, 살인을 부정한다고 해서, 살인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전혀 아니니까요.

과거 미친ㄴ 살인마 (홍기준)

그보다는 미친놈 또는 미친년(이하 미친ㄴ) 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존재할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 나타나 목숨을 노리고 있지요. 드라마에서는 그런 미친ㄴ의 존재를 펜션이라는 같은 공간아래 과거의 미친ㄴ(홍기준)과 현재의 미친ㄴ(고민시)라는 이중의 시간으로 보여주지요.

과거 펜션 주인 (윤계상)

과거의 펜션주인(윤계상)은 이미 그 미친ㄴ에게 당한 이후입니다. 단지 미친ㄴ인 줄 모르고 호의를 베풀고 숙박을 허락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펜션은 망해서 문을 닫고, 와이프는 그 상실감으로 자살하고 자신은 정신이 나가 버리지요.

현재 펜션 주인 (김윤석)

현재의 펜션주인(김윤석)에게도 어느 날 미친ㄴ(고민시)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 여자가 미치광이 살인자인 것을 눈치챘으면서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살인 사건이 시끄러워질까 두려워 질끈 눈을 감지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쿵소리는 지 않았다고 여겨 버리는 것입니다.

파스타 소스 (고민시)

그러나 미친ㄴ(고민시)는 유달리 이 펜션에 집착을 보입니다. 처음에는 펜션에 한 달만 머물겠다 하더니, 펜션을 자신의 집기와 취향으로 가득 채우고, 펜션을 이제 통째로 팔라 하더니, 안 되는 것을 알고 반으로 나누자고 하지요.

현재 미친ㄴ 살인마 (고민시)

물론 미친ㄴ(고민시)에게 젊은 성적 매력, 화려한 패션, 고가의 스포츠카, 멋진 그림, 푸른 화초처럼, 광(狂)를 가려주거나 오히려 세련되게까지 보이게까지 하는 (光)기가 가득한 매력이 있지만, 그래봤자 살인마 미친ㄴ것은 여전한 사실이지요. 넘어가면 안됩니다. 넘어가면 꼴까닥, 저세상행이에요.

과거 펜션주인 아들

쿵소리를 애써 외면하던 펜션주인(김윤석)이 결국 미친ㄴ을 만나면, 펜션이고 주위의 동료고 가족이고 모두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과거의 펜션주인(윤계상)의 망한 이야기를 그의 아들로부터 듣고부터 입니다. 그의 아들은 정신이 나가버린 아버지와 달리 아직도 감옥에서 한 여생을 보내다가 탈주까지 꿈꾸고 파렴치하게 살인의 추억으로 책까지 내려는 그 미친ㄴ을 결국 저격하여 응징하지요. 이 미친ㄴ의 굴레는 결국 사적 응징만을 통하여 해결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현재 펜션주인 딸

현재의 펜션주인(김윤석)도 결국 펜션을 넘기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하는 수 없이 이 미친ㄴ(고민시)의 응징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는 동료고 딸이고 이미 죽기 직전의 상처를 입은 후였고, 이 미친ㄴ은 권력과 법을 이용해 쉽게 풀려나는 뻔뻔함 마저 보입니다. 결국 이 미친ㄴ에게는 죽음이라는 매만이 유일한  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지요.


펜션이라는 과거와 현재의 공간은 자칫 독도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재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펜션을 차지하더니, 팔라고 하더니, 반이라고 내놓으라고 하는 미친ㄴ(고민시)의 모습은 마치 독도에 집착하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과거의 펜션은 순진하게 호의를 베풀다 살인마로 인해 풍비박산이 났는데, 그 펜션을 다시 노리는 미친ㄴ들의 현재 양상과 비슷하기도 했기 때문이었지요. 사실 요직을 임명하고 차지하고 있는 자들과 여기 등장하는 미친ㄴ들의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이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그렇다면 그런 미친ㄴ들에게는 역시 매만이 답입니다. 펜션주인(김윤석)은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는 살인사건에 몇 번씩이나 눈감으려 하고, 미친ㄴ(고민시)과 타협을 시도하다가, 결국 펜션을 팔고 나가겠다고까지 지만 돌아온 것은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동료들과 딸의 모습이었지요. 그것은 과거 펜션주인의 아들이 오직 응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총을 통해 늦었지만 그 해결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므 쿵소리고 뭐고 다 소용없는 것입니다. 미친ㄴ들이 원하는 것은 펜션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감추고, 호의와 관용에 그 피해의 책임을 펜션 주인에게 전가하는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는 파렴치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친ㄴ 살인마들에게는 오직 매만이 답인 것이지요. 그것은 늦었더라도 반드시 응징해야 할 사명 같은 것입니다. 미친ㄴ은 아무리 잡혀 들어가도 권력과 법를 이용해 풀려나게 되니까요. 살인의 추억을 즐거워하며 폐허가 된 펜션 주인을 조롱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지금도 펜션 안에는 미친ㄴ들이 임명을 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 같은 행동을 서슴없이 좌지우지하고 있지요. 숲속에 다란 나무가 쓰러지는 쿵 소리가 매일 나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못 들은 척할 때가 아니라 펜션뿐만 아니라 동료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매를 들어 응징할 때라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것 같지요. 과몰입이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친ㄴ에게 넘어가면 안됩니다. 넘어가면 꼴까닥, 저세상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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