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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15. 2024

인플루엔자 말고 인플루언서

feat 더 인플루언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우승상금 3억 원을 놓고 벌이는 인플루언서 77인의 좌충우돌 리얼리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인플루언스 하다는 77명 중에 한 명도 구독한 이가 없더군요. 트렌드에 뒤처진 것인지 아니면 이 인플루언서들이 제 트렌드에서 제외된 것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 몇몇 있었으니, 빠니보틀, 장근석, 이사배, 그리고 최근에 하이브 방시혁과 라이스베거스에서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되었던 과즙세연이 나오더군요. 사실 이 과즙세연 언니도 기사 때문에 처음 알았지만 과일값도 비싼데 과즙이 나온다니 이 언니 덕분에 이 프로그램은 단단히 홍보 효과를 본 것도 같습니다.

잘 보지 않는 예능, 게다가 경연에 가까워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내용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략적으로 봐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스타, 유튜브, 틱톡, 아프리카 TV 등 까지 이 세상을 현재 주름잡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트렌드를 대번에 꿰뚫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지요.


브런치 작가도 그들 만큼 관종이라면 관종의 소셜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좀 점잖고 템포가 아주 느릴 뿐 그리고 나이대가 좀 높을 것 같지만, 구독자를 구름같이 모으고 좋아요를 빗발처럼 받아서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자들 가득하지요. 이번 기회에 트렌드는 물론 어그로를 끄는 노하우라도 좀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정독, 아니 1.5 최대 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보았다지요.


생각보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흥미로웠습니다. 인플로언서의 처음 조건은 무플보다 차라리 악플이라도 많이 받는 것이 났다는 모토였는데 현재 이 소셜미디어의 세기말 특징을 잘 반영한 듯하였지요. 플릭스 측에서도 이 인플루언서들을 홍보해 주는 것을 넘어서 프로그램 자체의 흥행이 목적이었으므로 자본과 물량을 아낌없이 투자한 티가 났습니다.


그러므로 이 프로그램은 다시 두 가지 기획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각 참가한 인플루언서의 상황에 맞는 어그로를 끌고 팔로워를 모으는 기획력과 대응력, 그리고 둘째는 이 프로그램 설계자인 넷플릭스의 흥행 기획력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각 단계를 밟아 가며 인스타, 유튜버, 틱톡커, 스트리머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수많은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에게는 상당한 장기와 매력, 순간 어그로를 끄는 능력, 반응을 살피고 치고 빠지는 빠른 판단력, 그리고 갈고닦은 경험적 노하우가 있더군요. 팔로워를 모으고 댓글을 받아 내는 능력은 역시 월했습니다. 관심이 곧 돈이자 생명인 인플루언서에게 필수로 요구되는 능력이었지요.


재미있는 것은 인스타, 유튜버, 틱톡커, 스트리머 등 활동하는 무대가 각기 다른 데다가,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느냐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느냐 아니면 짧은 편집본을 올리느냐 등 각기 매체의 특성이 다른 인플루언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경쟁을 하는 것이었지요.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수많은 팔로워가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라운드에서는 장점이 극대화되다가 그것이 단점으로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참가한 인플루언서들도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방향성과 비교성은 이 프로그램 기획자의 전략적 승리로 보이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 이 인플루언서의 대환장 파티는 급격히 관심을 잃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실제로는 대면하지 않는 팔로워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인스타, 유튜브, 틱톡, 아프리카 TV의 매체적 특성을 급격하게 잃고 표류하게 되지요. 인플루언서와 팔로워의 비대면 네트워크적 특성을 간과하고 대중을 실제 무대로 불러들여 대혼란을 초래한 명백한 넷플릭스의 전략적 실패로 보입니다만.


한편으로 이는 구독자들이 얼마나 가볍게 이들을 선택하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종 라운드에 올라온 인플루언서의 특성이 약간 치우친 부분도 직접 대면의 기획적 흥행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편의 구성은 명백히 넷플릭스 프로그램 기획자의 전략적 패배였지요. 거기에 인플루언서들이 대면적 미팅에 한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 넷플릭스 시리즈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지요.


그러나 인스타, 유튜버, 틱톡커, 스트리머의 전략적 선택과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기획력까지 염두에 두고 이 프로그램을 살펴본다면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교훈 까지는 찾을 것은 아닌 단순 예능에 불과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짧은 어그로를 끄는 능력 못지않게 그 일에 진심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요.


어쩌면 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라는 것은 너무 가벼운 구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팔로워는 너무 쉽게 선택할 수 있고 또 너무 쉽게 바이바이를 고할 수 있는 존재지요. 그 영향력이라는 것에는 키우면 키울수록 돈이 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거품이 가득 차 있고 분명 그 속은 비어있는 것이라서요.


개인적으로는 인플루언서라기보다는 인플루엔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퍼지기도 하고 갑자기 침범하여 열감과 쇠약감과 중독성을 나타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났곤 하는 것 같아서요. 이번 프로그램을 보고도 딱히 구독 아니 걸리고픈 인플루엔자는 없었다지요. 무슨 주사를 맞았는지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지요.


인플루언서 부럽긴 하지만 아마 죽었나 깨나도, 겨우 매일 글을 남길까 말까 하는 무명의 브런치 작가 정도면 되었지, 인스타, 유튜버, 틱톡커, 스트리머가 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어그로는 끌고 싶기도 하지요. 그러나 심을 넘어서서 까지는 아닙니다. 그래서 벌써 이 프로그램에서는 나가기도 힘들지만 나가자 말자 탈락입니다.


그 대신 인플루엔자 같이 유행하다 사라지지 말고 길고 오래 남고 싶어요. 그것이 글과 책의 힘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지만 인플루언서라 부르는 것과는 다른 것이지요. 작가야 말로 진정하고 영원한 인플루언서가 아닐까요?돈이 별로 안되는, 구독자가 당장 별로 없는 인플루엔자 말고 인플루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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