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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04. 2024

서당개 10년이면 서당을 인수해야 한다

feat 책방지기의 혼잣말

이거이거 지난 8월에는 서평을 하나도 쓰지 않은 것 있지요? 책을 이렇게 읽지 않았다니요? 그 대신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고 변명해 보지만, 그래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조그맣고 통통한 놈으로 한 권 골랐었지요. 책이 작아서 만만하게 봤는데 두께가 있는 게 그리 만만한 놈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이 책에는 작가의, 책의 제목처럼 책방 주인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10년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10년이면 서당을 인수한다'라는 내공이 담겨있다고요. 그렇다고 작가가 서점개라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책방 주인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책방 고양이는 있는 것 같더만요.

헬로인디북스


그런데 정작  책보다는 책방에 관심이 갑니다. 이 책방 주인이 운영한다는 서점 '헬로인디북스를'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홍대에 있다가 연남동에 둥지를 오랫동안 틀고 있다고 하니, 남의 나와바리(영역)에 세금도 안 내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당장 가서 돈줄을 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요.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도 독립출판물 서점은 왠지 낯섭니다. 크고 널찍한 커피숍이 아닌, 작고 프라이빗한 카페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제 커피라 더 맛있을란가요? 수제 커피는 바리스타 책방 주인이 중요한데, 책을 읽다 보니 음료 만드는 거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책 어디서 읽은 것도 같고.

헬로인디북스

그렇다면 작가처럼 책방 같은 거 해볼 생각은 어떨요? 글쎄요, 전혀요. 가만 생각해 보니 책을 좋아하지만 책방 주인이 되어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일이 없더군요.  이유를 이 책은 잘 알려줍니다. 책방 지기와 작가는 엄연히 다른 영역임을. 책도 팔고 책도 쓰고 하면,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좋겠지만 책방은 오히려 카페에 가까운 장사의 영역이기에 그렇게 마냥 낭만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벌써 몇 권의 책을 펴내고 책방도 하고 있는 10년 풍월을 읊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지요.


책방지기 서점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걱정되는 점은 막상 '헬로인디북스' 서점을 딱 방문했는데 서점이 문을 닫은 경우입니다. 그만큼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고 연남동은 그 중심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저자는 인형 뽑기 가게들이 주위에 들어서는 것에 기함하였지만 요즘은 그 유행도 가고 셀프사진관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서점의 존립도 저자가 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서점이 연남동에서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점점 더 번화가가 될수록 서점이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지요.


이런 걱정 어린 10년 서점 주인과 달리, 10년 서당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서당개는 서당 훈장이나, 책방 주인과 달리, 풍월은 그만 읊고 마침내 서당을 인수하여 건물을 올리고 건물주가 되어 진짜 풍월을 읊게 되었다지요. 연남동 기찻길이 그렇게 바뀔지 낸들 알았겠냐고요? 서당개가 건물주가 될지 꿈이나 꾸었겠냐고요? 제가 그 서당개였다면 작가에게 떡하니 안심하라고 서점을 임대해 주었을 텐데 안타깝지요. 서점 주인 말고 연남동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던 저 말이에요.


브런치 풍월도 이제 그만 읊고 슬슬 서당 인수하러 가야 할까 봐요. 10년 정도 쓰고 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겠지요. 3년 풍월 읊는 서당개는 간혹 았지만 10년 서당개는 흔치 않은 이유이지요. 그때 되면 '헬로인디북스'에 책 한번 의뢰해 볼수 있을까요? 그때까지 살아남아 주세요. 헬로인디북스.



책방지기의 혼잣말

한줄 서평 : 서당개 10년이면 서당을 인수해야 한다. (2024.09)

내맘 $점 : $$$

이보람 저 / 저스트스토리지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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