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이거 지난 8월에는 서평을 하나도 쓰지 않은 것 있지요? 책을 이렇게 읽지 않았다니요? 그 대신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고 변명해 보지만, 그래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조그맣고 통통한 놈으로 한 권 골랐었지요. 책이 작아서 만만하게 봤는데 두께가 있는 게 그리 만만한 놈은 아니었네요.
왜냐하면 이 책에는 작가의, 책의 제목처럼 책방 주인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10년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10년이면 서당을 인수한다'라는 내공이 담겨있다고요. 그렇다고 작가가 서점개라는그런 뜻은 아닙니다. 뭐책방주인이 고양이를 꽤 좋아해서 책방고양이는 있는 것 같더만요.
헬로인디북스
그런데 정작 이책보다는책방에 관심이 갑니다. 이 책방 주인이 운영한다는 서점 '헬로인디북스를'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홍대에 있다가 연남동에 둥지를 오랫동안 틀고 있다고 하니, 남의 나와바리(영역)에 세금도 안 내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당장 가서 돈줄을 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요.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도 독립출판물 서점은 왠지 낯섭니다.크고 널찍한 커피숍이 아닌, 작고 프라이빗한 카페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수제커피라 더 맛있을란가요? 수제 커피는 바리스타 책방 주인이 중요한데, 책을 읽다 보니 음료 만드는 거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책 어디서 읽은 것도 같고.
헬로인디북스
그렇다면작가처럼책방 같은 거 해볼 생각은어떨까요? 글쎄요, 전혀요. 가만 생각해 보니 책을 좋아하지만 책방 주인이 되어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일이 없더군요. 그 이유를 이 책은 잘 알려줍니다. 책방 지기와 작가는 엄연히 다른 영역임을. 책도 팔고 책도 쓰고 하면,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좋겠지만 책방은 오히려 카페에 가까운 장사의 영역이기에 그렇게 마냥 낭만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벌써 몇 권의 책을 펴내고 책방도 하고 있는 10년 풍월을 읊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지요.
책방지기 서점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걱정되는 점은 막상 '헬로인디북스' 서점을 딱 방문했는데 서점이 문을 닫은 경우입니다. 그만큼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고 연남동은 그 중심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저자는 인형뽑기 가게들이 주위에 들어서는 것에 기함하였지만 요즘은 그 유행도 가고 셀프사진관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점의 존립도 저자가 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서점이 연남동에서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점점 더 번화가가 될수록 서점이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지요.
이런 걱정 어린 10년 서점 주인과 달리, 10년 서당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서당개는 서당 훈장이나, 책방 주인과 달리, 풍월은 그만 읊고 마침내 서당을 인수하여 건물을 올리고 건물주가 되어 진짜 풍월을 읊게 되었다지요.연남동 기찻길이 그렇게 바뀔지 낸들 알았겠냐고요?서당개가 건물주가 될지 꿈이나 꾸었겠냐고요? 제가 그 서당개였다면 작가에게 떡하니 안심하라고 서점을 임대해 주었을 텐데 안타깝지요. 서점 주인 말고 연남동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던 저 말이에요.
브런치 풍월도 이제 그만 읊고 슬슬 서당 인수하러 가야 할까 봐요. 10년 정도 쓰고 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겠지요.3년 풍월 읊는 서당개는 간혹 았지만 10년 서당개는 흔치 않은 이유이지요. 그때 되면 '헬로인디북스'에 책 한번 의뢰해 볼수 있을까요? 그때까지 살아남아 주세요. 헬로인디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