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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l 11. 2024

꼭 그렇게 다 먹어야 했냐?

feat 음식의 숨겨진 역사

프라이드치킨, 팝콘, 콘플레이크, 초컬릿, 코카 잎, 코카콜라, 츄잉껌, 참치캔, 맥주, 케첩, 카레, 라면, 스시, 뱀장어, 복어, 굴, 전복, 캐비아, 파인애플, 코코넛, 키위, 아보카도, 고추, 감자, 옥수수, 꿀, 바닐라, 번데기, 타조, 여행 비둘기.


위 30개 중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게 뭐가 있을까요? 코카 잎은  무래도 힘들 것 같고, 캐비아와 타조도 아직인 것 같네요, 여행 비둘기는 멸종돼서 못 먹겠지만 그냥 비둘기도 먹어볼 생각은 별로 없구요. 그러고 보면 몇 개를 빼고는 다 먹어봤네요. 먹을 것이 풍성한 시대에 살고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별 걸 다 먹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한때는 먹을게 워낙 없어서 그랬기도 했지만, 때로는 동식물의 것들을 몽땅 뺏어먹는 파렴치함을 보이기도 했지요. 꼭 그것까지 먹어야 했나 싶지만 초창기의 인간은 유아기의 어린아이처럼 일단 모든지 잎에 가져다 넣어 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만큼 인간은 먹고살기 힘든 배 고픈 존재이기도 했지요.


그래도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아는 꼭 먹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시무시한 조폭 느낌의 이름과 달리 너무 온순한 이 물고기는 성장도 알 낳기도 너무 어려운데 너무 쉽게 잡힐 뿐만 아니라 알까지 뺏긴다고 하니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취식은 배고파서가 아니라 인간의 허영이 낳은 음식 같다는 말이지요.


꿀도 벌들의 피눈물을 생각하면 그것을 집채 뺏어가는 인간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꿀 한 스푼을 따느라 죽노동을 해서 겨우 며칠을 사는 벌들을 생각하면 금고를 통째로 강탈해 가는 것은 벌들에게는 너무 가혹해 보이지요. 벌들에게 준 독침이란 무기가 너무 작아 보입니다. 설탕으로 만든 꿀을 욕할게 아니었어요. 벌들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옥수수나 감자 같은 작물은 인간의 배고픔을 해결해 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신이 인간을 살리려고 내린 참다운 음식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맛있기까지 하고요.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인간 간에 있어서는 불행한 일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위 작물에 더해 고추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지요. 김치나 떡볶이가 없었다고 생각해 봐요. 고추는 특히 우리나라에게 축복이었군요.


장어를 먹으면서 벌써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뱀장어는 태어나는 곳도 방법도 미스터리 한 물고기였다는 것은 꽤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독이 있는 복어를 굳이 먹을 생각을 한 것도 미스터리지요. 목숨을 걸 만큼 맛이 있는 것도 아니더만요. 전복을 따서 진상품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 해녀들을 꿀벌처럼 혹사시켰던 역사는 눈물겹습니다. 너무 먹는 것에 집착했던 인간에게 그만 좀 'ㅊ'먹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을 정도였지요.


파인애플, 코코넛, 키위, 아보카도 같은 음식은 요즘에야 흔하지 생전 보기도 힘든 과육이었지요. 파인애플이 초창기에 천만 원을 호가했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처음 이 과일을 만났을 때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리고 미지의 섬에 으레껏 그려 넣던 야자수 나무가 코코넛 나무였군요.


마지막으로 번데기가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물론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지만 앞으로의 세대가 이것을 계속 먹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생겼거든요. 앞으로는 캐비어 급의 귀한 특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먹는 것인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침으로 콘플레이크를 먹으며 콘플레이크 형제의 비화를 떠올리며 말이지요. "그래 이건 동생 콘플레이크란 말이지?"



음식의 숨겨진 역사

한줄 서평 :  그렇게 다 먹어야 했냐? (2024.07)

내맘 $점 : $$$

pood 저 / J&jj (2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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