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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n 20. 2024

그런데 우리집에는 왜 '빨간 딱지'가 붙었을까?

feat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웃픈데 울픈


'웃픈', 이 단어는 이런 이야기에 써야 하겠습니다. '웃긴데 슬픈' 이야기. 원래는 '울픈', '울고 싶게 아픈' 이야기인데 '감독'이 '기죽지' 않고 잘 풀어 나갔습니다.


'작가'라고 하지 않고 '감독'이라고 함은 작가가 영화감독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버블 패밀리'라는 영화로 먼저 제작되어 다큐영화상을 수상한 듯 보이며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책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라 추정되지요.


그리고 '기죽지'않고라고 함은 작가가 어릴 적 무척 잘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작가가 송파구 올림픽아파트에서 누가 봐도 중산층, 알고 보니 상류층으로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지요. 호텔에서 수프를 먹고, 백화점에서 파르페를 먹고, 여름이면 콘도에 가고, 그러한 모습을 카메라와 캠코더에 일일이 담길 원하는 덕질 엄마와, 집장사 건축업을 하던 아빠가 "46평 송파구 아파트"라는 집이 상징하태어나 보니 공주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부동산 붐, 그 버블에 올라탔기에 럭셔리 거품 목욕이 감미로왔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지요. 저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샘나는 부러운 어릴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러움은 책에서도 처음, 아주 짧은 분량으로 마지막이 되고 니다.


IMF를 맞으며 작가의 집은 망해서 빨간 딱지가 붙고 공주에서 평민으로 강등의 수모를 겪게 되지요. '빨간 딱지'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거 집안에 한번 붙어보지 못했다면 비교적 굴곡 없는 삶을 산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집에도 이게 왜 붙어 있었을까요? 작가와 같이 공주 체험도 못해봤었는데요? 역시 '빨간 딱지'의 체험은 잊기 어렵게 무시무시합니다. 그렇게  "12평 상가주택"으로 추락하며 평범한 가난을 난생처음 체험하지요. 고가의 큰 가구를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 다시 큰 집으로의 복귀를 꿈꾸지만 책에서도 아주 긴 분량으로 그러하질 못하지요. 뭔가 반전을 기대했건만 돈 벌기가 쉬울 때는 너무 쉬운데 안될 때는 너무 안 되는 법인가 봅니다. 한때 상류층인데도 3대는커녕 2대도 아니고 1대를 못 가고 걱정 없이 화목했던 부부 사이 부녀 사이 균열과 갈등을 맞이하지요. 사실 '화목'은 돈으로 사는 것이었을까요?


마지막에는 "15평 공공임대주택"에서 그나마 가족이 재결합해 행복을 되찾을까 싶었지만 엄마는 돌아가시고 결국 딸과 아빠만 남게 되지요. 다행히 작가에게는 어릴 적 잘 살았던 시절 엄마가 남겨준 사진들이며 앨범들이며 짧았지만 강렬했던 추억의 자료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것들이 아마 감독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그래서 '기죽지'않았던 거지요.


옛날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옛날 사람이지만 서울, 특히 송파 지역의 개발史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동시대를 살아온 기억을 동반하는 소소한 추억의 즐거움입니다. 그것이 "빨간 딱지'의 '울픈' 기억이든 '공주'로 살아보지 못했던 '웃픈' 추억이었다 해도 말이지요. 그런데 작가의 가족을 흥하게도 했고 망하게도 했던 서울 아파트의 시대가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무척 아이러니지요. 그 상황을 오늘날 신분이 되어버린 아파트 이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작가는 압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요.


작은 바람으로는 작가의 엄마가 꼭꼭 숨겨 놓았다 유산으로 남겨준 땅이 좀 있던데, 엄마의 바람처럼 땅값이 올라서 작가가 다시 상류층이 되진 못하더라도 경제적 안정이 있었으면 좋겠더라는 '울픈' 마음이 들더란 말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에 그렇게 당했는데 이제 아파트나 땅, 부동산은 말고 영화나 책으로라도 작가 그렇게 될 있기를 응원하는 '웃픈' 마음이 더 있었지요.


지금 어디에, 어떤 아파트에 살고 있나요?

네? 아파트 아니라고요. 그래도 우리집은 '초록 딱지'만 있고 아늑하길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한줄 서평 : 웃픈데 울픈 거품 가족史 (2024.06)

내맘 $점 : $$$

마민지 지음 / 출판사 클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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