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갑자기 관리국에서 들이닥쳤습니다. 그들은 치밀하게도 100개의 글에 도취되어 어젯밤 파티를 벌인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 무방비 상태를 노린 것이지요. 압수수색은 아니라고 하지만 100개의 글을 몽땅 들고나갔습니다.
글쓰기를 주관하는 문화국에 비하여 이 관리국은 효율성을 고려하는 냉철한 부서이지요. 원래 전공이기도 하고 고 경제성 대비한 판단과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감독을 하는 본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 100개의 글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아무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지요. 그 대신 이 데이터를 들고 갔으니 이리저리 분석을 한 후 실익을 따질 것이 분명합니다.
문화국이 재미와 낭만을 추구한다면 관리국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기에 이 전공도 아닌 글쓰기에 대하여 별로 탐탁지 않아하였습니다. 그들의 시각에서는 겉멋이 들린 시간낭비 놀이라고 일축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었지요.
그들은 압수수색 이내 그쪽 방면의 전문가답게 신속하고 정밀하게 분석 자료를 들이밀었습니다.
다음은 관리국이 보내온 결과 보고서입니다.
문화국은 현재 브런치라는 소셜미디어 또는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작가라는 명분으로 글쓰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관리국에서는 이에 대하여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이 활동에 대한 유효성 평가와 권고를 실시한다.
가. 활동 현황
1. 활동 기간 2021년 10월 15일부터 부터로 12월 17일까지 64일
2. 올린 글의 수 100개, 1일당 1.5625개
3. 카테고리(매거진, 브런치북이라고 불리는 것들): 매거진 7개, 브런치북 0개
4. 전일까지 누적 조회수 2849개, 글당 조회수 28.49회
5. 공감 조회수(라이킷 이라고 불리는 것들) : 글당 10개 내외
6. 구독자 3, 관심작가 3
7. 공유수 0개 댓글수 0개
나. 분석 및 평가
1. 활동기간은 3개월 미만, 단기이나 활동 방치 시 문제가 커질 수 있음
2. 1일당 1.5625개 글 생성, 지속성, 연속성 유효함, 단 지속성(매일 글을 쓰는 것)은 중요 지표가 아니며, 퀄리티, 시간 투입 대비 효율성, 독자, 공감 지표과 주 평가 대상임
3. 카테고리는 실제로는 책에 관한 글 39%, 날씨 25%, 방송 7% 기타 29%로 분석되며 실익이 없는 책에 대한 글의 비중이 높으며 날씨 이야기도 단기성 글로 책을 쓰는 목적성에 효율적이지 않음
4. 글당 조회수는 28회 정도이나 방송 관련 글에 대한 조회가 카테고리 7% 대비 조회수 35%로 실제 조회수는 20회 정도에 불과, 조회층 자체가 얇음
5. 글당 공감 수치는 10개 내외이나 공감자 편중
6. 구독자 수치 현저하게 낮음, 관심작가 수치도 마찬가지로 다른 작가에도 관심 필요
7. 공유, 댓글 없음, 소통에 문제
관리국은 조회수를 '매출', 라이킷 수를 '이익'으로 환산 적용하였으며 구독자수는 '브랜드 가치'로 환산 적용하였다. 매출은 소액 발생하고 있으나 이익률은 현저하게 떨어지며 이는 시간 대비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활동에 속한다고 판단된다. 브랜드 가치면에서도 지표가 현저히 저조한 바 향후 무형자산으로 인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아 본 작가의 가치를 현재로는 0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브런치를 했을 때보다 안 했을 때의 편익이 높을 것으로 사료되며 오미크론발 구독자의 확산세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변화의 기미는 없어 보인다.
이에 관리국은 작가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시간을 빼앗고, 다른 경제적 활동의 집중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브런치의 당장 중단을 권고한다"
단 관리국은 내부적인 관리에 목적이 있으므로 브런치라는 소셜미디어 혹은 글쓰기플랫폼에 대한 평가 및 분석은 하지 아니한다. 이상
브런치를 했을 때보다 안 했을 때의 편익이 높다니요. 이게 무슨 백신인가요.
활동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감안하여 이의를 신청합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쓰고 발행을 하니 그래도 글 쓰는 연습이 되었다고요. 이를 바탕으로 단기성이 아닌 장기성의 글과 책 쓰는 일에도 매진하겠다고요.
관리국은 이의를 받아들여 코로나로 인하여 대외 활동과 어려운 점, 대면 소통 수단에 한계가 있는 점, 현재와 같이 단기성 글이 아닌 책을 목적으로 하는 퀄리티 있는 장기성 글을 쓰겠다는 목적성을 보안하여 제출한 점을 감안하여 브런치 활동 중단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 다만 코로나 종식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능한 시점에는 브런치 보다는 대외 활동과 소통을 늘려나가고 브런치 활동은 축소하기를 권고한다. 겨울이 지난 시점에 이행 여부에 대한 재 평가를 불시에 실시하기로 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