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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책을 읽으며 난 가끔 딴생각을 해

feat 빛나는 형태들의 노래

by Emile
미안, 책을 읽으며 난 가끔 딴생각을 해


처음 만났을 때는 호감이 갔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딴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혹 있지 않나요? 이 책을 만나면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미안'이라고 미리 사과를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책이 괜찮지 않다거나,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으로 딴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이니까요.


책을 잘 보고 있다가 문득 그런데 "왜 나는 건물 하나 없지?"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거든요. 유수의 건축을 논하고 아름다운 빌딩을 논하면 뭐하겠어요. 그 높은 빌딩들 한해에도 수십억씩 벌어서 척척 사고 자자손손 물려준다는 고위 공직자가 수두룩 한데 그까짓 건물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겠냐는 현타가 느껴지고 말았지요.


건축물이란 무엇인가?


한편으로는 공공 건축물에서 그 상실감을 만회해 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태리에 있는 그 멋진 건물들도 지금은 다 개인의 소유는 아니라고 말이지요. 그럼요, 어떤 정신 나간 황제나 교황의 광기 또는 신앙심으로 그 위대한 건축물을 그나마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들도 사실은 집착에 가까운 어느 회장의 사욕 덕분에 그 빛을 밝히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내 건물이 아니더라도 멋진 건물들 주위에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이겠습니까? 그렇다고 불꽃놀이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요.


실은 이 책은 너무 매끈해서 딴생각이 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평, 수직, 경사, 곡면, 기둥, 그리드, 구, 원, 큐브의 건물의 완벽한 선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오히려 오히려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떠올랐거든요. 그래서 돈도 많고 허우대도 좋은 매끈한 빌딩집 아들(딸)을 놔두고, 어이없이 골목길을 품은 남자(여자)에게 마음이 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건축은 계속되고 있지요. 광기 또는 신앙심, 사욕은 예전에 미칠 수 없겠지만, 그렇게 크고 멋진 건축물들은 역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더불어 끊임없이 더 크고 높은 것을 만들어내는 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바벨탑을 쌓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원천적이었지요. 그 욕망 덕분에 전망대서 더 멀리 내려다볼 수도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빌딩의 꼭대기를 올려다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건축물은 인간이 만든 신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인간은 더 높고 멋진 신을 짓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면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겠지요. 그래서 신은 바벨탑을 싫어했을까요?





빛나는 형태들의 노래

(세계 각지에 꽃 피운 건축 문명의 원류와 현재를 찾아서)

한줄 서평 : 광기와 사욕 높은 전망의 어디에서 (2025.04)

내맘 $점 : $$$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2024.12)




처음에는 읽은책 까먹으니 느낌을 기록이나 해 두자라고 시작한 'Emile의 넷북릭스'였는데 백여편을 훌쩍 넘기며 글의 주요 소재와 자양분으로 자리 잡은 듯 합니다. 앞으로는 새 연재 브런치북 'YouToBook Premium'을 통해 책과 이야기를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그동안 넷북리스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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