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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돈을 받을 만한 글인가?

feat 브런치 작가 멤버십

by Emile
내 글은 돈을 받을 만한 글인가?


'브런치 작가 멤버십'이 7월부터 정식 오픈한다는 안내를 받고 생각합니다. "내 글은 돈을 받을 만한 글인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통신사에서 돈을 내라던가, 이체 수수료로 은행에서 돈을 뜯어가도 못마땅하던데 글 좀 읽어보겠다는 순수한 영혼들에게 돈을 받겠다고라고라?


독자들에게 돈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멤버십으로 돈을 받기보다는 거꾸로 독자에게 돈을 주어야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도리어 듭니다. 혼자 떠들어야 할 외로운 목소리를 누군가 들어주는 게 어디인가요? 물론 그동안 쓴 글들은 나 자신에게는 돈을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가치가 있겠지만, 그것이 다른 이에게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지요. 오히려 '브런치스토리'라는 사이트의 유입을 증가시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켰고 '작가'를 비로소 작가 되게 하였으므로 '독자'에게는 글을 클릭할 때마다, 마치 광고를 클릭할 때와 마찬가지로 혜택을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칩니다.


글과 가상화폐


그러나 옆집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열심히 떡볶이를 팔아 치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먹어 보면 별로 맛있지도 않더만, 멤버십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달고 여기가 글 맛집이라고 열심히 홍보하며 응원과 멤버십 수익을 쓸어 담는 것이지요. 그건 좀 배 아픕니다. 어차피 슈퍼챗을 왜 쏘는지 모르고, 맛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로 맛집이 되는 세상이 아니던가요? 멤버십으로 돈을 받느니, 독자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는 사고로는 글로 돈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돈을 받을 만한 글이라서 돈을 받는 게 아니고, 글도 그냥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여기고, 왜 오르는지는 모르지만 상장시켜 크게 한번 가보는 거지요. "소리질러! SeYo 가보자고!"


그러나 글에는 아주 난장 맞게도 돈이나 코인 같은 것에는 절대 함유될 수 없는 '마음'이나 심지어 '영혼' 같은 게 함께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글이 가격이 붙고 쉽게 돈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지요. 돈이 되려면 그런 생각을 쫙 빼고 글을 매우 영혼 없는 글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책을 실제로 가끔 만나기도 하지요. 돈에는 영혼이 없으므로 돈을 버는데 그렇게 가차 없이 긁어 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유료냐 무료냐?


무료 톡, 무료 이체 수수료가 더 많은 사용과 접근이라는 편익을 통해 무료가 가능했던 것처럼 이곳의 글도 더 많은 읽힘을 통해 여전히 쉽고 자유롭게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영역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멤버십으로 유료의 글을 쓰면 조금 더 신경 써서 글을 쓰고, 심지어 동기부여까지 생겨 더 열심히 쓸까요? 조금은 그럴 것도 같지만 부담과 의무감에 조금은 그러하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네? 입금 전, 입금 후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요?


그래서 '브런치 작가 멤버십' 안 할 거냐고요? 아니요! 냉큼 멤버십 동의 버튼을 누릅니다. 더 맛없는 옆집 떡볶이가 날개돋인 듯이 팔리는 건 배 아프니까요. 그래서 무료냐고요? 아니요! 더 비싼 멤버십 가격을 붙일 것이지요. 비싼 것을 더 잘 쓴 것으로 알고 사 먹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무료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유료 문자 서비스, 유료 이체 수수료에 맞선 무료 톡, 무료 이체 수수료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과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홀라당 털어가는 마성의 불쏘스 원조 맛집을 꿈꾸니까요.


더 특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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