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초복, 중복, 말복
복날은 왜 복(福)날이 아니고 복(伏)날일까?
복날은 왜 복날일까요? 그것도 유래 없이 한 번도 아니고 초복, 중복, 말복, 무려 세 번씩이나 날이 있을까요?
복날은 하지에서 세 번째 경(庚) 일(日), 네 번째 경(庚) 일을 각각 초복과 중복이라고 하고,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庚) 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합니다. 그러므로 하지와 입추와 같은 절기와 우선 관계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에서 입추 사이는 가장 덥다가 더위가 식기 직전까지의 날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경(庚) 일이라 함은 사주팔자 보는 십천간의 열개의 글자 중 일곱 번째 글자 경(庚) 자를 뜻하는 것으로 10개의 글자이기 때문에 초복, 중복, 말복 간에는 10일의 날자 차이가 있게 됩니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하지 이후 입추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는 하지 이후 다섯 번째 경(庚) 일이 아닌,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庚) 일의 날짜는 달라지기에 중복으로부터 말복은 10일이 아니라 20일이 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제일 더울 때를 기준으로 3일을 꼽았다는 것이지요
폭삭 속았수다의 무쇠 같은 양관식도 쉬어가라는 경일(庚日)
그런데 왜 하필 경(庚) 일이냐 하면 이것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경(庚) 자는 가을을 뜻하는 글자이기도 하기에 가을을 준비하기 위하여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이고, 그 대신 여기서 경(庚) 자는 쇠를 뜻하는 글자이기도 한데 쇠는 단단하고 강하지만 뜨거운 열에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여겨집니다. 자고로 대장장이는 쇠를 뜨거운 불에 녹여 담금질을 한 후 단단한 검이나 칼 같은 것을 만들었지요. 그래서 굳이 경(庚) 일을 복날의 날짜로 삼은 것은 아무리 강하고 단단한 무쇠 같은 - 폭삭 속았수다의 양관식 같은 - 사람이라도 더위에는 까불지 말고 바짝 엎드려 있으라는 의미라고 생각되지요.
개고기 먹는 날이 아니라 엎드려 있으라는 날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곧 복날의 복(伏) 자와도 연결이 됩니다. 복자는 사람(人)과 개(犬)가 모두 더워서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 복(伏) 자를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복날에 보양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너무 앞선 나머지, 옛날에 복날에는 개고기를 먹었다고도 같다 붙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엎드리는 것이 개고기를 먹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이는 지나친 추측이라고 여겨지지요. 아무리 고기가 좋다 해도 엎드릴 복(伏) 자를 사람과 개의 친숙한 관계로 보면 봤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의 관계로 본 해석은 너무했습니다.
더워서 제사를 지내고 고기를 나누어 주었다고?
복날의 유래에 따르면 중국 고대 진나라(秦)와 한나라(漢) 시기 농경사회에서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는 이런 풍습이 전래되어 고유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하지와 입추 사이, 더위가 가장 극심한 시기에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제사를 세 번(초복·중복·말복)에 걸쳐 지내고, 이때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는 풍습이 있던 것이 기원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기우제도 아니고 제사를 지냈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데다가, 그 고기를 나누어 주는 것도 제사라는 의례와 맞지 않은 듯 보여 마치 오늘날의 보양식에 끼워 맞춘 냄새가 솔솔 납니다. 더군다나 제사로 닭고기는 물론 개고기를 올렸을 리 만무한데 복날은 마치 그 기원이 현재에서 과거로 전파된 듯한 느낌이 들지요.
시원한 음식이 아닌 뜨거운 음식을 먹는 날
다만 복날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음식을 먹었다는 것에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이열치열의 이치로도 설명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더위에 굴복하고 엎드리는 날로 해석하는 것이 여기에서도 더 맞을 듯싶습니다. 즉 복날에는 그 뜨거운 더워에도 찬 음식으로 저항하여 몸을 상하게 하지 말고 차라리 뜨겁고 기름진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여 더위를 무탈히 날 수 있도록 더욱 엎드리는 자세를 가질 것을 바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더위에 저항하지 말고 먹을 것도 뜨거운 것을 먹는, 몸을 잔뜩 낮추는 것이 지혜였겠지요.
뜨거운 날에는 엎드려 쉬어 가십시다요
그러므로 복날은 쇠도 녹이고 남을 뜨거운 날들은 가만히 엎드려 잘 쉬고, 잘 먹으라는 의미였다고 보입니다. 그것은 한 번으로는 안되고 적어도 가장 뜨거운 여름의 계절에 적어도 세 번은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보이지요. 여름휴가도 없었던 시기였으니 무려 삼복날을 만든 뜻이 이해가 갑니다. 그것은 아무리 무쇠 같은 장정이라도 더위에 쓰러지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에어컨도, 얼음빙수도 없던 시대에는 그것이 더위를 이기는, 아니 더위에게 기꺼이 엎드려 절하고 더위를 파하는 최선의 비책이었겠지요. 그래서 복날은 더위에 까불지 않고 바싹 엎드리라는 날입니다. 너무 무더위에는 우리도 엎드려 부채질도 하고 책도 보며 좀 쉬어 가십시다요. 이젠 삼계탕 보양식이 아니라 삼분의 일 절식을 해야 할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