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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공탄의 추억

날마다 날씨

by Emile

영하 10도로 내려가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으니 따뜻한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바야르로 춥고, 배고프고, 졸리던, 거지의 3대 요건을 다 갖췄던 고딩 때 이야기지요.


그때 교실에서 49공탄이란 것을 땠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믿으려 듣지 않더라고요.


"뭐라고요? 학교에서 연탄을 땠다고요?"


"에이 서울에 그런 학교가 어딨어요?"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요? 그리 옛날도 아니었는데 뻥치지 마세요"


그렇지만 사실입니다. 허허 정말 저는 정말 그렇게 옛날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연탄은 다들 알고 있지요? 흔히 구공탄이라고 부르는 연탄은 이제 가끔 고깃집에나 가면 옛날식으로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하여 천천히 고기 굽는 용도로 쓰이지만 한때는 우리나라의 주력 난방원이었지요.


연탄은 구멍이 뚫린 개수에 따라서 구분을 했었습니다. 구공탄은 구멍이 19개 뚫린 19공탄을 의미했는데 이것을 줄여 부른 것이 구공탄이지요. 그 이후로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던 연탄은 22공탄이었지만 그냥 계속 구공탄이라 불렀습니다.


19공탄이나 22공탄 말고도 더 구멍이 많고 큰 32공탄이나 49공탄도 있었습니다. 구공탄이라면 식당에서라도 봤겠지만 49공탄은 실물을 본 이가 드물 텐데요. 바로 지금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즈음 학교에서 놀랍게도 이 49공탄을 난방을 위하여 땠었다는 거지요.


49공탄은 1층의 연탄 창고에 쌓아두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문제는 지각을 하면 벌로 그 49공탄을 교실까지 옮겨놔야 한 다는 것이었습니다. 구공탄은 무게가 대략 3.6kg이라는군요. 49공탄은 지름이 구공탄의 두배 정도 되었고 높이는 구공탄과 같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니 무게는 대략 두배인 7.5kg 정도가 됩니다.

지각을 하면 그 49공탄을 두장씩, 무려 15kg의 무게이죠, 두세 번 교실로 날랐던 것 같네요. 교실은 3층 이상에 보통 있었고요. 물론 엘리베이터 같은 건 없었습니다. 고딩에게 노역을 시켰었네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연탄이 연탄가스를 발생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완전 연소하면 특히 그랬던 것 같네요. 그래서 연탄가스가 좀 심하게 뿜어져 나오면 "가스에 중독되어 죽느니 차라리 얼어 죽는 것이 났겠다"며 물을 부어 난로를 꺼버리곤 했지요. 그리고 나면 정말 춥고 배고프고 졸린 거지의 3대 요소가 모두 갖추었다고 그때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49공탄의 전설은 믿으려 들지도 않습니다. 가스보일러와 히터가 있는 학교에서 가끔 봉사 활동에 등장하는 22공탄도 보기 힘든데 49공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요? 그래서 더욱 이 추억은 재미있어지지요.


그래도 연탄은 정말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연탄을 나르느라 힘들었고, 연탄가스도 가끔 마시곤 했지만 그래도 그 겨울, 몸을 따뜻이 녹여 주었고 이제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는 추억의 존재니까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 너에게 묻는다)


이제는 연탄재를 찰 일은 더 이상 없지요.

그렇지만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겁기 까진 못해도 따스할 일은 계속되었으면 좋겠네요.

49공탄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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