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글에 조용히 멤버십 구독을 했다

feat 쌍으로 두 명씩이나

by Emile
멤버십? 나한테 왜 그래요?


누군가 내 글에 조용히 멤버십 구독을 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정상이 아니거나, 아니면 비범한 눈으로 나의 글을 지켜보기 위한 출판 관련 종사자 일 수 있다. 기쁘기보다는 갑자기 머리가 쭈뼛거리고 왕 부담스러워졌다. 이제 구독료 4,400원에 물려서 꼼짝없이 연재를 꼬박꼬박 쓰고 올려야 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누가 금액을 44백원으로 정했어? 한번 죽어보라는 것인가? 그런데 첫 달은 무료란다. 그래서 아직 결제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므로 한 달 안에 이 왕 부담스러운 44멤버십 구독자를 어떻게든 쫓아 버리기로 한다. 평소 하던 것처럼 연재를 하다 말다 하거나, 그러다 필이 오면 몰아서 몇 편을 하면 짜증 나서 제풀에 나가떨어지겠지? 조금 실망할 수 있겠지만 구독료는 아직 결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취소를 통해 구독경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하고, 한번 좋은 경험 했다고 여기면 될 바였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쉽게 돈 쓰는 것 아니라고! 멤버십이 아니어도 좋은 글이 이렇게나 많은데 굳이 멤버가 되겠다고 용을 쓰니 하는 수 없이 아주 호랑이 맛을 보여주는 수밖에... 그래서 멤버십과 상관없이 늘 쓰던 대로 글을 마음대로 쓰겠다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다짐한다. 애국가가 귓가에 울리고, 초딩 이후로 처음 하는 다짐 같다. (나는 자랑스러운 브런치 앞에...)


아우부담스럽게시리 멤버십


그런데 아우 부담스럽게시리, 한 달이 지나도 멤버십을 해지하지 않았다. 이제 통장에서 딸깍 죽음의 4,400원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멤버십 구독자는 날 선 눈으로 내가 연재글을 오늘 썼는지 안 썼는지, 몇 시에 올렸는지, 안 올렸는지를 감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글이 맘에 들지 않으면 빨간펜 선생님처럼 형광펜 댓글을 길게 단다든지, 맞춤법이 틀렸다는 이유로 형편없는 작가의 자질을 나무랄 수도 있다. 또는 회사의 상사가 늘 그랬던 것처럼, 설령 모든 것이 완벽한 단군이래 최고 명문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어젯밤 술을 많이 먹어서 제대로 이해를 못 한 나머지, 그 모든 잘못을 모두 작가에게 돌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갑자기 을이 되고 갑을 모셔야 하는 꽉 끼는 44사이즈 죄수복을 입은 노예선의 포로가 된 기분이다. 노를 어깨가 부서지라 힘껏 저어 글을 쓰지 않으면 등짝에 채찍을 후려치고, 손가락을 꽉 쥐어, 피가 통하지 않아 전기가 오도록 고문할 것만 같다.

유료 무죄 무료 유죄


쌍으로 멤버십


얼렐레! 감독관이 하나도 부담스러운데, 멤버십이 한 명이 더 늘었다. 아뿔싸, 이중 감시를 받게 되는 것이었다. 전에는 한 명쯤의 눈길을 피해 숨을 수나 있었지! 이제는 멤버십 CCTV에 사각지대란 없다. 일거문 일투글이 다 이중 감독의 대상이다. 예전처럼 연재를 미루어 두고 산책을 나갈 수도 없는 일이고, 지금 연재하고 있는 글이 잘 생각이 안 난다고 다른 글을 쓸 여유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멤버십 구독자가 결제만 할 뿐, 지금껏 어떠한 댓글도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혹시 멤버십 구독만 하고 글을 읽지도 않는 것은 아니겠지? 바빠서 그럴 수도 있고, 까먹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여러 작가를 멤버십 구독 해 놓고 비교해 가며 이 누가 이 콜로세움에서 승리하는 진정한 검투사 글래디에이터가 될지 지켜보기를 즐겨하는 네로 황제의 고상한 글 취미를 가졌을 수도 있다. 과연 이 멤버십 구독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설마 두 구독자가 서로 아는 사이?

그러나 아무도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도 구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브런치 멤버십 유료글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유료인데 무료는 가능. 하지만 무료인데 유료는 임파서블이다. 구독자에게 각각 톰과 크루즈라는 애칭을 붙여본다. 알고 보니 다만 브런치에서 어서 첫 멤버십 글을 발행해 보라고 채근당했을 뿐이다. 당신이 특별한 글을 쓰는지 못 쓰는지 감시하기 위해 기다리는 구독자가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두 명이나 있을지 모른다라나 뭐라나? 게다가 멤버십 글을 쓰면 특별하게 멤버십 작가 전용 프로필도 소개해 주고, 멤버십 콘텐츠는 주요 화면에 올려준단다. 출판사 투고, 테이크 아웃? 기회도 먼저라나? 불공평하다. 왜 줄 섰는데 멤버십만 먼저야? 브런치가 빵이 아니라 비행기 좌석이었던 거야? 그러나 글을 멤버십 유료로 쓰지 않고 지금처럼 자꾸 무료로 배포한다면 전용 프로필 없는 무명의 작가로 남을 것이며, 주요 화면에서도 쏙 빼버리고 보여주지 않아, 조회수는 떨어지고 좌절하여, 출판사에 책 낼 기회는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협박 같이 들렸다. 아 그래서 울며 불닭소스 먹기로 멤버십 구독 유료 글쓰기를 상상해 보았더니 이런 매운맛 결과가 나온 것이었구나? 스트레스는 때론 창작물을 쥐어 짜내는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여긴 회사가 아니고 난 작가지 직원이 아니다! 뭐 '유료무죄 무료유죄'라고?

설마요?
미안한다 사랑했다


그래서 이 해프닝의 결론은 특별한 멤버십 유료 이야기를 오매불망, 불철주야, 삼시세끼 기다린다는 그 한 명도 아닌 무려 두 명씩이나 독자를 뒤로하고, 안타깝지만 지금처럼 무료 글을 내 맘대로 쓰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멤버십 유료글은 문자나 카톡의 유료 메시지 서비스 같으며, 은행의 유료 송금 수수료 같이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다. 무론 그 취지와 욕망은 이해하나 무료 인스타, 유튜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글을 전혀 쓰지 않는 초순수, 초맞춤법, 작가도 아닌 마당에, 여건이 되고 성숙하여 시기가 여물면 유료든, 광고든, 아이템이든, 브런치코인이든, 상장이든 돈 되는 것도 수용할 생각이 있다. 다만 이번에도 '브런치에 길들여지지 않는 내 마음대로 작가'는 위와 같은 트라우마로 첫 멤버십 글을 발행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유료무죄, 무료유죄'라도 '어쩔TV, 저쩔작가', 유료가 유죄는 아니지만 무료는 무죄여야 한다.

안미안 안사랑

미안하다! 사랑했다! 미래 가상의 VIP 두 명의 독자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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