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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은 왜 헌칼을 플렉스 했을까?

feat 조자룡에 대한 오해

by Emile
조자룡 헌칼쓰듯


"조자룡 헌칼 쓰듯 한다"는 어떤 상황이나 물건, 권한, 기술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혹은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권력, 권한, 자원 등을 함부로 남용한다는 뜻으로 뭔가를 아끼지 않고 마구 쓴다는 부정적 뉘앙스로 사용되지요. 신조어로 하면 "플렉스(flex) 한다"라는 말과 비슷할 듯한데요, 조자룡은 왜 헌칼을 플렉스 했던 것일까요?


장판파 전투


더군다나 조자룡은 왜 '새칼'이 아니라 하필 '헌칼'을 플렉스 했을까요? 설마 조자룡이 중고나, 구제, 당근(마켓) 마니아였을까요?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전해 옮니다. "조자룡 헌칼 쓰듯"의 유래는 바로 조자룡이 장판파 전투에서 보여준 활약에서 유래하기 때문입니다. 유비가 조조의 100만 대군을 피해 도망치던 중, 유비의 부인과 아들 유선이 적진에 갇히게 됩니다. 이때 조자룡은 홀로 장판교를 건너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마침내 유비 가족을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 처음엔 자신의 창과 칼로 싸웠으나, 무기가 망가지게 되자 결국 적군의 무기라도 빼앗아 계속 싸우는 과정에서 '헌 무기도 마치 자기 무기처럼 자유자재로 쓴다'고 하여 이 말이 탄생한 것이지요.


삼국지의 페이커


그러므로 조자룡은 그야말로 '서투른 목수가 연장을 탓한다'와 반대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 장인이였음에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이 말은 '헌칼' 뿐만 아니라 '헌창 쓰듯 한다'라고도 전해지므로 조자룡은 칼 뿐만 아니라 창도 가리지 않았을 고수로 보이지요. 장수가 아니라 작가로 치면 붓과 펜, 노트북, 핸드폰의 장비탓을 하지 않고 글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이 쓸 줄 아는 부류입니다. 요즘 스포츠와 게임의 실력은 '장비발', '아이템발'이라는데, 조자룡이야 말로 장비와 아이템을 전혀 탓하지 않는 진정한 생라이브, 프리마돈나였던 셈이지요. 게임은 잘 모르지만 롤(LoL ;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Faker) 정도의 절대적 존재라 할 만 하겠네요.


조자룡은 최고의 흑백요리사


그런데 오늘날은 왜 이런 조자룡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요? 새칼도 아니라 헌칼을 썼을 뿐인데, 유비의 부인과 아들까지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어 구했는데, 왜 '청룡언월도' 장비발에 의존하는 관우나 '장팔사모' 아이템의 힘발이 전부인 장비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므로 권력, 권한, 자원 등을 함부로 남용한다는 뜻으로 쓰인 "조자룡 헌칼 쓰듯 한다"라는 말의 오해는 풀려야 합니다. 조자룡에게 '새칼'을 사주지는 못할 망정 잘 들지도 않는 '헌칼'로도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냈는데, 흑백요리사 심사석에 앉아서 깜도 안되는 자들이 트러플 오일을 왜 넣지 않았냐는 둥, 감자를 왜 많이 넣었냐는 둥, 그의 실력을 평할 것은 아니란 말씀이지요.


조자룡의 재발견


조자룡의 사연을 듣고 보니 조자룡에 대한 재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자룡은 용맹과 충성심, 지략에서도 어디 한 군데 나무랄데 없는 명장이었으면서도 지금까지 '헌칼'과 같이 단지, 지연, 학벌, 지연, 브랜드 있는 명품 무기를 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당히 저평가된 인물이었던 것이지요. 유비, 관우, 장비의 지연이나, 제갈량의 학벌이 아니라 오직 '헌칼'만으로 최고의 요리사에 올랐던 입지전적적 인물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조자룡은 부를 때에 이름이 입에 딱 붙어 부르기 쉬운 이름입니다. 원래 이름은 '조운'인데 성인이 되면 붙이는 자(字)가 바로 '자룡'이라서 조자룡이 된 것이라네요. 조자룡 그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셈이지요.


조자룡 헌붓 쓰듯


"조자룡 헌칼 쓰듯", '헌붓'을 마구 휘둘렀으면 좋겠습니다. 아끼지 않고 마음껏, 혹은 능숙하게 마구 글을 쓰는 것이지요. 출간, 수상, 등단, 협회, 멤버십 작가, 갖가지 '새칼'을 가지고, 이 '새붓'이 얼마짜리이고, 어떤 브랜드를 달았으며, 누구한테 하사 받은 귀한 붓임을 자랑하기 바쁜 세상이지요. 그래서 정작 헌글도 새글도 아닌 겨우 '새붓'에 좋아요의 찬사 누르기를 즐겨하지만, 정작 조조의 100만 대군으로부터 혈혈단신으로 유비의 부인과 아들을 구해 낸 이야기는 바로 "조자룡의 헌붓"이었음을 새삼 깨닫는 것입니다.


그럼에 누가 이제 "조자룡 헌칼 쓰듯 한다"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조자룡이여 헌칼 더욱더 마음껏 플렉스(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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