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챌린지의 대상일까?

feat 브런치 독서챌린지 beta

by Emile
독서클럽


연말연초의 화두는 많은 것이 있었지만, 유독 'brunch'에서 만큼은 새롭게 선보인 '브런치 독서클럽'의 '브런치 독서챌린지'였던 것 같습니다. 일단 신청을 하라길래, 그것도 선착순 무려 1만 명이라길래, 신청을 하긴 했지만 설명만 보고서는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함께하는 파트너는 딱히 뭘 함께하는지 모르겠었고, 지역서점 특별판 온라인 선주문은 이 챌린지와 무슨 관계가 있으며, 오프라인 팝업도 취지는 알겠으나 연결고리가 약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다렸다가 해 보기로 합니다. 바로 오늘입니다.


독서챌린지


이번 '독서 클럽'은 'brunch'에서 하단부에 따로 바로가기 메뉴를 배치하고 작가별 페이지에도 '작가소개', '글', '작품'란을 한쪽으로 밀고 '독서노트'란을 추가함으로써 상당히 신경 쓰고 야심 차게 밀고 있는 brunch의 2026년 역점 사업처럼 보입니다. 드디어 brunch가 감을 잡은 걸까요? 아니면 더욱 감을 잃은 걸까요? 독서노트는 일단 그것을 켜면 마치 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타이머가 켜지고 독서한 시간을 체크하게 합니다. 누가 보고 있지 않은데도 약간 감시당하는 느낌입니다. 책을 누가 시간을 재며 읽는단 말입니까?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 채우기도 아니고? 뭐 일단 따라 해 봅니다. 책을 어느 정도 읽고 타이머를 멈추고 읽은 페이지를 숫자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사진 한 장 찍고, 그리고 기록하는 란이 있는데 그래도 명색이 작가이니 몇 자 적어 봅니다. 아니 많이 적어 봅니다. 500자까지 적을 수 있는데 300자는 넘게 적었습니다. 책을 아직 다 읽기 전이므로 딱히 책에 대해서 평하기는 이르지만 말입니다.


각별한 실패


아차 '도구'에 매몰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책' 이야기를 빠뜨렸습니다. 딱히 독서 챌린지를 위해 책을 고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기록하는 책은 '클라로'라는 저자의 '각별한 실패'라는 책입니다. 여기서 '실패'란 다른 실패가 아니라 부재로서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라 되어 있으므로, 아마도 글 쓰기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될 듯싶지요.


챌린지?


그리고 '챌린지'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챌린지'란 사람의 능력이나 기술을 시험하는 도전 과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영어 원뜻은 '도전장', '항의', 또는 '어려운 시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성공을 위해 큰 노력과 정신력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서는 긍정적인 의미의 '도전'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곤경'이나 '이의 제기' 같은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단어라고 하네요. 그러므로 지금 쓰는 이 글이야 말로 '챌린지' 같은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독서'가 과연 '챌린지'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서는 그냥 즐거워서 읽는 것이지 '도전'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물론 책을 읽기 싫으면 안 읽으면 되는 것이지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하고는 '챌린지'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 '챌린지'한 독서가 과연 사유의 폭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요. 독서는 '챌린지'하지 않을 때 가장 즐거운것 아니었나요?


'독서'에 비하여 '운동'은 '챌린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시간을 기록하고 단축하고, 상대방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독서'는 남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에는 시간의 단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낌없이 시간을 낭비하듯 내어주는 것이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내려 놓고 놔주는 행위에 가까운 것이겠지요.

팔로워?


글쎄요. 한 달여의 '독서 챌린지' 기간이 지나면 "그 시간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네",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었네"하는 마치 스포츠 경쟁하듯 기록 경신과 금메달이 쏟아져 나올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요? brunch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좀 더 책을 읽는데 재미있으라고 인스타(인스타그램)하듯 사진도 올리고 자랑도 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구독자'가 죄다 '팔로워'로 바뀌어 있던데 '구독자'님들 다 어디 가신 건가요? 원한 것은 '팔로워'가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실패의 은밀한 희열


아무튼 이 '챌린지'는 한번 해보기는 하겠지만 '챌린지'하지는 않기로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독서'는 '챌린지'하고 정복하는 '산'의 '정상'이 아니라 그저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고 '소풍'을 즐기며 시간을 마구 낭비하는 '은밀한 실패의 희열'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가 아니라 책의 뒤편에 아주 떡하니 "실패는 작가의 은밀한 희열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독서는 독자의 은밀한 희열'이라고 하고 싶습이다. 따라서 책의 제목처럼 그래서 이번 '챌린지'는 '각별한 실패'가 예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대신 '은밀한 희열'을 취하겠습니다. 어찌 되었던 이번 기회에 2026년 새해, 책이나 한 권 읽기를 재미있게 시작해 보자구요. 덤으로 이렇게 글도 쓰는 것이지요. 글을 쓰는 것도 '챌린지' 보다 '은밀한 희열' 쪽이 더 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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