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우르고스

feat 각별한 실패

by Emile

"페르난두 페소아, 이 자유 기고가가 다룬 장르, 그가 종사한 직업과 활동, 그가 만들어낸 이명들(남긴 이름만 60여 개) 등 이 모든 것이 현기증 날 만큼 장황하여 페소아를 영감 넘치는 데미우르고스(사람에 따라서는 문학 광인이라고 하겠지만), 아니면 적어도 삶이 곧 글쓰기였던 문학의 거인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페소아'라는 이름은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비슷한 점이 있다. 첫 책을 출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직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작가라는 위상을 잃을 것을 걱정한 점이나, 다양한 방면에서 장황한 글쓰기를 다른 이름으로 시도한 면이 그렇다. '데미우르고스(문학광인)'에서는 데모고르곤(넷플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괴물)이 생각났다는 게 어이없었지만, 그의 사후 수만 장의 원고가 발견되며 유명해졌다는 점에서도 여기 쌓인 수천 개의 글이 그리 될 수도 있을지 모르는 '기묘한 이야기'가 완성될 수도 있다.


사족 : 어떤 글이나 또는 그림이 그 작가의 사후에 비로소 후광을 얻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왜 그 당시에는 알아보지 못했을까? 반대로 잠시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유성처럼 잊히는 작가와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작가가 원하는 것은 어떤 쪽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살아 당시에 인기를 얻는 것이 사후에 후광을 오래도록 얻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것 같지만, 작가는 자신이 그 영광을 당대에 누리지 못하더라도 작품이 더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라는 자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