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각별한 실패
"어쩌면 나는 단상과 메달에 취한 듯 보이는 세상에서 도망치려 했고, 그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이력, 승진, 진급, 보상이라는 색종이 조각들을 던져 나를 불명예의 울타리로 에워쌌고, 나는 구문 속에서 비틀거리고, 어른스럽다 못해 너무 늙어버린 이 세상을 나 몰랄 하면서 언어로 뒷걸음질하는 데서만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이다. 드디어 저자는 '각별한 실패'가 무엇이었는지 고백하려나? 그것은 누구나 글을 쓰는 이는 겪는 똑같은 '실패'이다. 한쪽에는 쓰다가 만 미완의 글의 덩어리와 부스러기들, 그리고 한쪽에는 아직 쓰지 않고 썼어야 했을 추상적 서랍에 담겨있는 것 들이다. 그 중간에 일부만이 글이 되어 혹은 책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버틴다. 첫 책은 날림이었고, 그 후 걸음마를 조금 배웠지만, 책의 실패야 말로 기회이다. 글쓰기야 말로 사회적 공기를 꽉 채운 성공방식에 대응하는 그르치기의 기술이다. 이 책 꽤 성공적
사족 : 500자를 꽉 채운 독서 챌린지 첫 권의 마지막 후기를 마쳤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그렇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도 어떤 때는 읽다가 던져버릴 더럽게 재미없는 책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삶을 바꿀만한 엄청난 책과 글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일도 작가 못지 않게 '각별한 실패'를 거듭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저자보다 지식이며 글이며 한참 못한 그 각별한 실패를 통과해 마침내 저자를 뛰어넘는 '각별한 성공'으로 청출어람 하는 것이 독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독자는 다시 '각별한 실패'를 통해 또 다른 책을 남기는 작가가 된다. 이렇게 실패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