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비취는 쪽으로 걷다 보면 봄이 곧 올 것도 같은데, 그늘진 쪽으로 걸으면 불어오는 찬 바람에 아직은 겨울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은 계속 햇빛이 있는 쪽을 향해 걷게 되네요. 마치 식물이라도 된 듯합니다. 나무나 꽃도 아닌데 해가 비추는 방향을 따라 이리저리 몸을 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불과 지난여름만 하여도 햇빛을 피해 그늘진 곳만 파고들고 있었지요. 그때는 햇빛을 직접 쬐면 말라버릴 이끼였나 봅니다. 그늘진 곳으로 몸이 자연스럽게 기울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항상 빛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네요. 그늘은 어둠의 세계인 듯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는 잠시 쉴 서늘함을 선물하곤 하였으니까요. 마치 모든 식물이 빛을 향하여 경쟁하며 뻗어갈 때 한 걸음쯤 쉬어가도 된다는 듯 말이지요.
아마도 그것이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붙어 다니는 이유인가 봅니다.
그림자가 빛에 늘 따라다니는 이유는 세상이 빛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 잠시 삶에 그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으며 그림자가 주는 그늘에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일수도요.
그렇게 빛 보다 그늘이 더욱 소중할 때도 온다는 것을 먼저 깨달은 듯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