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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들의 세배

날마다 날씨

by Emile

운전을 해야 한다고 그리 일러두었건만 눈들이 세배를 오겠다고 합니다.

설날을 밝혀준 마음을 나무랄 순 없어서 어서 오라 하지요.

세뱃돈은 됐다며 멋쩍은 인사만 하고 이른 아침 자리를 뜬 쌓인 눈의 뒷모습이 눈에 밟히네요.


하는 수 없이 차는 맘 편히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덕분에 눈길을 오래도록 걸어볼 수 있게 되었지요.

수북이 쌓여 녹기 전의 눈은 가래떡 같아 썰면 능히 떡국도 끓일 수 있을 것 같고, 발걸음에 흩어진 눈은 인절미 같아 걸으면 걸을수록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 듯 하지요.


세배고 떡국이고 떠들썩했던 설날 풍경도 그렇게 금방 지나갑니다.


결국 남게 되는 것은 눈뿐이란 걸 알았기에 일찍 돌아선 눈의 세배가 유달리 눈에 그렇게 아른거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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