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찾아서 떠납니다.
차가운 공기는 맑고 비취는 햇살은 깨끗하여 어딘가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날씨니까요.
그런데 영혼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요? 바람은 기압 따라 불어오는 공기일 뿐이고 해는 매일 떴다가 지는 날일 뿐이라면 영혼 같은 것은 있을 리 만무할 텐데요.
특히 숫자를 헤아리다 보면 더욱더 영혼 같은 것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수치와 값어치에 매몰되다 보면 있던 영혼도 탈탈 털려서 도매근으로 넘어갈 것 같고, 영혼이 있다 해도 무게가 없다며 가치를 영으로 매길 것 같거든요.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바라보는 이 글에는 과연 영혼 같은 게 있을까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영혼을 바라며 주워 담아 쓰고 있으니 살짝 영혼 비슷한 게 묻어나지 않을까요? 만약 영혼이 있다면 말이죠.
영혼을 찾아서 떠납니다.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치는 않아요. 기계도 글을 쓰고 숫자가 중요한 시대이니까요. 막상 영혼을 찾고 나서도 값어치가 영이어서 찾으나마나 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영혼이 어딘가에 살아남아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는 것이죠.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서는, 비취는 깨끗한 햇살에서는, 혹 영혼이 숨어있어, 잘 들여다 보고, 잘 귀를 기울여 보면, 정말로 느껴볼 수 있으려나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