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면 날씨를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밖이 맑아도 흐려도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똑같은 날씨니까요. 그런데 잠깐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오는 구간이 있더라고요. 한강을 건널 때가 그렇고 운이 좋으면 가끔 지상 구간을 만날 수도 있는데요, 그러면 날씨 없는 지하의 세계에서 살다가 갑자기 날씨 있는 지상의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밖을 들여다 보기에 여념이 없어집니다. 특히 멈춰 있지 않고 휙휙 지나가는 날씨는 새로운 세계이지요. 더군다나 오늘처럼 해는 비추고 강 너머로는 하늘이 파란데 눈이 나리고 있는 광경은 대낮의 눈꽃 놀이처럼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막차를 타고 다시 한강을 지나며 지상 구간으로 나온 밤 날씨도 환상입니다. 강물도 밤공기도 차갑고 고요하게 빛나는 휘영청 달빛과 그 주위를 별처럼 반짝이는 도시의 잠들지 못한 불빛이 어우러져 있었으니까요.
특히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흔들리는 글자를 한자한자 두들기는 느낌은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이런 것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온 기분이랄까요?
아 이제 곧 도착할 듯싶네요. 막차 덕분에 흔들거리며 쓰는 날씨가 참 좋은 날이었지요. 사실 살짝 마음도 뱅뱅 흔들리고 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