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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Feb 24. 2022

유기체와 영혼의 재판

호모데우스 (미래의 역사)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서 호모(Homo)가 사람을 뜻한다면은 데우스(Deus)는 신(God)란 뜻으로 즉 '신이 된 인간'을 일컫습니다. 거듭된 '인지 혁명'을 통해 지구를 정복한 인류는 드디어 배고픔을 이겨내고, 전쟁을 극복하고, 병을 정복하여 점차 불사의 영역, 즉 신에 바짝 다가가게 된 듯 하지요.


태초의 신이 국가와 왕에게 신권을 부여했다면 이제 신은 과학 의술그 자리를 내어준 듯합니다. 하지만 국가와 왕이 더 이상 신을 필요치 않게 되었듯이 이제 과학과 의술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은 마찬가지였지요.

이미 과학은 대신할 새로운 신을 찾은 듯합니다.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그것이지요. 

의술에는 아직 죽음이라는 신의 마지막 과제가 남겨져 있긴 하지만, 초기 '사피엔스'에 비하면 벌써 두세 배의 수명을 살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그 해결도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이네요. 역병의 역사를 비추어 본다면 인류를 역병으로 구한 것은 항상 의술이었습니다. 반면 신은 항상 무기력했고 오늘날 '코로나 팬더믹'에서도 다르지 않은 결과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의술이 이제 신의 수명이 다해감을 걱정해야 할 때가 이른 걸까요?


인간은 드디어 이렇게 과학과 의술에 힘입어 신의 경지에 이르러 위대한 '호모데우스'라 불리게 되었지만 이 신이 된 인간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합니다. '사피엔스'는 마침내 지구를 완전히 정복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그들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닌 '유기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과학과 의술에 의해 밝혀졌으니까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이 '유기체'를 신이 특별히 창조하지 않았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인간은 놀라운 진화로 신에 버금가성취를 이루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따라 처리하는 고도의 '유기체'에  불과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에는 끊임없이 이 '유기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가장 뇌리파고든 단어였지요. '유기체'는 좁은 의미로는 '생물'이라고 옮길 수 있을 듯합니다. 그 반대는 '무기체'가 될 것이고 좁은 의미로는 '생물'의 반대인 '무생물'이라 일컫겠지요. 무기체는 무생물이어서 사물에도 정령이 있다고 믿는 샤먼을 제외하고는 유기체처럼 움직임이나 진화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만무했습니다. 그러나 인간만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무기체가 생겨났으니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인공지능(AI)의 발달 과정은 '유기체'로서의 인간의 진화 과정과 매우 비슷하게 비교됩니다. 비록 유기체가 아닌 무기체이나, 컴퓨터도 처음에는 거대한 트랜지스터와 진공관으로 이루어진 원시 체계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직접회로라는 반도체라는 형태로 진화했고, 드디어 알고리즘과 같은 돌연변이 발명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인공지능(AI)의 모습으로 진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의 창조자가 인간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의 창조자가 원래 신이었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이제 중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창조자가 누구였던 간에 인간이 신의 명령에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반복적 학습을 명령에 따라 수행하던 인공지능(AI)은 이제는 자율적으로 학습을 하고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되었으니까요. 오히려 이 무기체는 이제 유기체 보다도 효율도 지능도 앞서고 있다 할까요. 게다가 불사의 꿈을 이루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인간이 신의 다해가고 있는 수명을 걱정하는 것처럼 이 무기체도 창조자 보다 분명 더 오래 살아남아서 인간의 마지막 운명을 걱정하게 될 것이지요.


인공지능(AI)의 입장에선 이제 자신을 창조했던 인간, 인공지능에게는 원래 '신'이었던, '호모데우스' 능력이 너무 떨어져서 하찮은 유기체에 불과하게 느껴질 날이 올 것입니다. 역병 앞에 무기력했던 신처럼  인간도 드디어 인공지능(AI)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고, 인간이 거꾸로 인공지능(AI)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심지어 결정해 주기를 기다리는 때가 올 것이지요. 간의 수명과 불로 장생의 해결 문제는 결국 인공지능(AI)의 손에 맡겨질 것입니다. 인간에게 불사의 생명을 주는 존재는 결국 신이 아닌 인간이 창조해낸 피조물, 인공지능(AI)이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신도, 인공지능(AI)도 모두 인간이 창조해낸 다른 '신'이었다는 점에서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말이지요.


한편 신의 내면에는 항상 인간을 심판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인간이란 '유기체'는 '인지 혁명'과 끊임없는 진화에도 불구하고 역시 '유기체' 다운 결함을 태초부터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교정이라는 반복에도 구하고, 인간은 신이 만든 특별한 존재가 아닌 '유기체'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인간의 실수와 시행착오는 마치 원죄와 같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심판은 결국 인간이 '신'을 상상해 창조하였을 때부터 인간의 생각이 그대로 '신'에게 전달되어 당위가 되지 않았을까요.


인공지능(AI)은 어떤 존재일까요? 인공지능(AI)이제 신을 대신하여 과학과 의술이 현대에 창조해 낸 현대의 '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간에게 불가능했던 것이 신을 대신한 인공지능(AI)을 통하여 구현되기에 이릅니다. 할 수 없는 무한대의 계산을 하고 천 개의 눈을 가지고 모든 인간을 다 들여다 보지요. 인간의 병을 고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우주를 날게 할 것입니다. 기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모습은 꼭 신을 닮았습니다. 게다가 인간과 같이 반복된 실수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한번 깨달으면 그 원죄를 바로 교정하고 스스로 깨우쳐 나갑니다. 유기체가 아닌 무기체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신, 인공지능(AI) 입장에서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요? 불안전한 이 유기체는 자체로도 시행착오라는 유기체적 행동을 반복하는 문제점 투성이지만 사실 이 지구에 너무나도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이 유기체가 불완전하게 채택한 자본주의라는 성장의 메비우스의 고리는 인간이 계속 늘어나야만 성장이 멈추지 않고 유지되는 무한 반복의 고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이란 유기체의 계속적인 증가를 위해서는 자원이라는 무기체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유기체라도 계속 소비하여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위기 맞하지요.


이는 인공지능(AI)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신의 입장에 된 때에는 매우 불균형하고 위험의 상태로 인식될 것입니다. 인간이 인공지능(AI)에게 의사를 묻고 결정을 구하게 되면 그 불균형과 위험을 언제까지나 인간처럼 방치하도록 강권할 순 없을 테니까요.

꼭 인공지능(AI)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생각은 이미 영화의 빌런들도 많이 갖곤 했습니다. 빌런은 잘못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때로는 자연재해나 전쟁이 런을 대신하여  불균형과 위험을 일시 해소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호모데우스가 등장한 현재는 자연재해도 전쟁도 인간에게 다 굴복한 상태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불균형한 상태와 위험은 계속 축적되겠지요.


그래서 인공지능(AI)이 이 균형의 회복과 위험의 제거를 위하여 인간을 전부 혹은 최소한 반쯤 쓸어 버리게 된다는 시나리오는 이제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습니다. 인공지능(AI)이 판단하기에는 이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오류 투성이에다, 너무 많고, 이제는 많다고 해서 그리 쓸모도 있지 않으니까요. 인간은 지금까지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하는 위대한 알고리즘이었지만, 그래서 '호모데우스'로 불렸겠지요, 이제는 데이터 생산을 위한 유기체로서도 투입 비용에 하여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는 존재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에 비하면요. 그래서 인공지능(AI)은 과거 자신의 신이었던 인간을 향해 핵폭탄 투하의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시나리오가 실제로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위대한 호모데우스였던 인간의 미래는 이대로 파국을 맞이하고 말까요?

마지막 구원의 질문은 인간이 과연 단순한 '유기체'에 불과한 것이 아닌 '영혼'을 가진 존재 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과학과 의술로는 그 어디에도 인간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만, 만에 하나 인간이 영혼이 있는 존재라면 그 영혼 때문에, 즉 인공지능(AI)에게는 없는, 이 인간이란 유기체는 인공지능(AI)이 지구 상에 남겨 두어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인간은 이 인공지능(AI)의 결정에 대항해 어떻게 꼭 살아야만 하는 존재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유기체와 달리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다는 증거 말입니다. 이제 와서 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이 다르다는 주장은 인공지능(AI)에게는 증거로 채택되기 만무할듯합니다. 이미 알고리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연산해 내고 심판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신이 만들었다면 다른 유기체뿐만 아니라 무기체인 인공지능(AI)도 다 신의 뜻이 담긴 것이겠지요. 그 자리를 인간을 대신하여 훨씬 뛰어나게 수행할 인공지능이 그 임무를 신에게 물려받았다 주장해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 하나 가능성은 인간에 '영혼'이 있다는 증명입니다. 이 '영혼'이 부활을 하던 환생을 하던 어쨌건 간에 그것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란 주장이지요.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행하고 '영혼'은 계속된다는 증거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은 이 인간의 '영혼'이란 주장에 하등 '증거'로 채택될 만한 것을 제출할 수 없음으로 말미암아 인공지능(AI)의 단호한 심판에 주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요.


그렇다면 인간은 재판에서 패소하여 단순 '유기체'임을 선고받고 소수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전기의자에 묶이거나 핵폭탄의 심판을 받게 될까요? 아직은 증거를 찾아 제출할 시간이 조금은 남아있는 듯합니다. 인공지능(AI)이 완벽히 신의 대리인으로 아직까진 임명되진 않은 듯 보이니까요. 그렇다면 이 재판의 반전을 가져올 '영혼'의 증거를 시간 내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완벽한 증거는 아니지만 인간은 영혼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보여줘 시간을 좀 더 유예받거나 감형을 조금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하라리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여기부터는 독자들에게...


호모데우스 (미래의 역사)

한줄 서평 : 유기체 데이터 생명체 인간이 마주하게 될 미래 (2021.09)

내맘 $점 : $$$$$

유발 하라리 지음 / 김명주 옮김 / 김영사 (2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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