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는 비가 대지를 적셔 추모하더니 오전에는 구름이 장렬히 그날을 기립니다. 그러더니 오후에는 서서히 하늘이 열리고 햇살이 봄을 알리네요.
오늘날 봄이 있는 것은 다 그분들의 희생 덕분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영 봄은 잊힌 채 동토는 녹지 않고 절망과 얼음 눈물만이 계속되었겠지요.
새삼 전쟁의 포화 소리로 얼어붙은 이국의 소식이 들려오니 봄의 소중함이 더욱 소중히 느껴집니다. 오늘날 햇살에 눈부신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 모진 겨울을 이겨내어 기어이 봄을 갈망하고 외쳤던 그분들의 뜨거운 피와 외침이 겨울을 녹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날을 혹은 잊고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혹은 오히려 동토를 바란 다지만, 비와 구름과 햇살은 분명히 그 봄을 있게 한 이날을 기억하기에 저리도 추모의 비를, 기림의 구름을, 만세의 햇살을 비추고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