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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로는 아쉬운 날

날마다 날씨

by Emile

마트에 들렀더니 삼겹살이 한창 세일입니다. 3월 3일 삼삼데이라서 그렇다네요. 일단 싸게 팔아서 좋긴 한데 이 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드디어 봄 다운 이 날에 삼겹살로 표현하기에는 왠지 허전하고 성이 차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소고기를 먹어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삼겹살 같은 봄날이라니 인정할 수 없다 하지요.


그러다 둘러보니 달래도 있고 냉이도 보입니다. 드디어 이 봄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발견한 거지요. 드디어 봄 다운 이날에 달래의 쌉싸름할 것 같은 맛과 냉이의 향긋할 것 같은 내음이 삼겹살로 기름진 것 같은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리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삼겹살을 안 먹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달래와 냉이의 봄날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슬쩍 삼겹살 위에 달래와 냉이를 집어 올려놓습니다.

그랬을 뿐인데 두근거림은 삼겹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지요. 오직 이때 이 봄에만 가능한 설렘입니다. 삼겹살이 아닌 냉이와 달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요.


달래와 냉이 값이 삼겹살 값과 비슷할 만큼 나와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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